수원 한 어린이집서 원아 결핵균 집단감염…교사 통한 감염 추정

학부모 "결핵 감염 교사 대한 어린이집 대처 미비…피해 확산"
어린이집 "교사 결핵 감염 사실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웠다"

↑ 어린이집 측의 검사 공지 / 사진=학부모 측 제공, 연합뉴스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에서 원아들이 결핵균에 집단 감염돼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습니다.

학부모들은 최근 결핵 확진 판정을 받은 해당 어린이집의 전 보육교사가 작년 11월부터 의심 증상을 보였음에도 어린이집 측이 대처를 미비하게 해 피해를 키웠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오늘(10일) 학부모 및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순 수원 A어린이집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OO반 전담 교사 B씨가 최근 결핵에 확진돼 원아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다'고 통지했습니다.

보건당국의 1~2차 역학조사 결과 지난달 24일 기준 어린이집 수료자를 포함해 B 씨와 접촉한 원아 50여 명 가운데 10 여명이 '잠복 결핵 감염'인 것으로 잠정 파악됐습니다.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원아들도 있어 감염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잠복 결핵 감염은 결핵균에 감염돼 체내에 결핵균이 존재하긴 하지만, 활동하지 않아 결핵으로 발병하지 않은 상태를 일컫습니다. 증상이나 전염력도 없습니다.

잠복 결핵 가운데 실제 결핵을 발병하는 경우는 10% 남짓인데, 영유아의 경우는 발병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발병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3~9개월 동안 잠복 결핵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구토·식욕부진·붉은색 대변 및 소변 등의 부작용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해당 약을 복용하고 있는 이 어린이집의 감염 원아 다수도 이러한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학부모들은 교사 B 씨가 작년 11월부터 심한 기침 증세를 보여 어린이집에 문의했으나, 어린이집 측에서 별다른 조치가 없었고 이어 해당 교사가 기관지염과 폐렴 판정까지 받았음에도 결핵 관련 검사 없이 계속해서 근무해 피해가 더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 학부모는 "결핵 등의 질환이 의심되는 정황이 오랜 기간 이어졌음에도 해당 교사에 대한 조치가 없어 피해가 커졌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2월 말에 퇴사한 후 3월에 결핵 확진 판정을 받은 걸 보면 감염 사실을 알고도 근무했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3∼5세의 어린아이들이 독한 약을 먹고 부작용에 시달리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발병에 대한 우려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이같은 상황 속 어린이집 측은 학부모들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B 씨가 결핵에 걸린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긴 어려웠다는 입장입니다.

B 씨가 건강 이상을 보일 당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한 상황이었고, 실제로 B 씨가 지난 2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바 있어 B 씨의 증상을 결핵에 의한 것으로 의심하지는 못했다는 것입니다.

A어린이집 원장은 "B 씨가 기침 증세를 보인 이후 엑스레이와 CT 촬영 등의 검사를 다수 받았지만, 결핵과 관련한 소견은 없었다는 사실을 의료기록 등을 통해 확인했다"며 "어린이집 종사자가 매년 실시하는 결핵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결핵에 대해 무지하다 보니 사전에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책임은 통감하고 있다"며 "현재 피해 학부모들과 면담을 계속하며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