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구리소년 사건'과 관련해서 한 누리꾼이 범행 도구를 '버니어캘리퍼스'라고 주장한 가운데,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상당히 설득력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 7일 KBS에 출연해 '버니어캘리퍼스'가 범행 도구일 가능성에 대해 "두개골에 남은 흉기가 너무 특이해서 이를 찾아내려고 노력했지만 적당한 흉기를 찾아내지 못해 재수사가 진척 없이 중단됐다. 이번 글에서 제일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흉기"라고 운을 뗐습니다.
앞서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는 개구리소년 사건의 흉기를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 A씨는 "범행 도구로 '버니어캘리퍼스'가 이용됐으며 범인은 인근 학교 불량 학생들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A씨는 소년들을 살해한 범인이 인근에 버니어캘리퍼스를 들고 다닐 만한 학교에 다니는 비행 청소년, '문제아'라고 지적했습니다. 그 근거에 대해서는 "소년들이 집에 안 들어가고 산에서 본드를 불고 있던 일진과 마주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섯 명을 잔인하게 죽일 정도로 대담한 살인마가 동네 산에 매복하고 있을 확률보다 동네 중·고등학생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어설프게나마 피해자들을 매장했다는 점에서 전원이 환각 상태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범인 중 한 사람이 (피해 아동을) 못 움직이게 잡은 뒤 다른 한 사람이 가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게시글은 조회수 150만회 이상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빠른 시간 내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 퍼졌고 누리꾼들은 "A씨 글을 토대로 사건을 재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는 해당 주장을 두고 "저는 사실 좀 감동을 받았다"며 "둔기로 사망한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저렇게 안 된다. 둔기는 일단 끝이 무뎌 파손 범위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개구리소년 피해 아이들의 두개골을 보면) 조각도 여러 조각이다. 모든 두개골 함몰 부위가 '콕콕' 찍혀있다"며 "버니어캘리퍼스의 날카로운 끝처럼 보일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완전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저 정도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흉터에 부합되는 흉기가 아닐까 한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이 교수는 A씨가 '불량 학생들이 본드 등을 흡입해 환각 상태로 범인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일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 사람(작성자)이 제기한 게 본드다. 이게 근거 없다고 할 수 없는 게, 요즘에는 본드를 하지 않지만 1991년에는 청소년 비행에 어떤 죄명이 많았느냐면 바로 본드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교수는 "이 글을 읽으면서 특이한 건 글 작성자는 학력이 높은 사람 같다. 전문적 지식이 없지 아니한 사람의 글처럼 보인다. 이 사람을 찾아 설명을 더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지금이라도 이런 정보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 한 번쯤 조사 노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버니어캘리퍼스로 실제 아이들 두개골에 남은 흔적들이 재현되는지 하는 건 지금의 과학수사 기법으로 충분히 실험할 수 있다"며 "(연쇄살인사건 범인) 이춘재도 공소시효가 종료됐는데 거들에 나온 DNA로 범인을 검거하다 보니 억울한 윤씨 무죄를 입증할 수 있지 않았는가. 지금 이 조사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1991년 3월26일 대구 달서구 성서초에 다니던 다섯 어린이가 도롱뇽 알을 주우러 나갔다가 11년 만에 마을 근처 와룡산에서 백골로 발견된 사건입니다. 사건 당시 도롱뇽 알이 개구리로 와전되면서 개구리소년 사건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당시 경북대 법의학팀이 유골 감정을 통해 '예리한 물건 등에 의한 타살'로 결론을 내렸지만,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습니다.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현재까지 미제로 남아 있습니다.
한편 자신이 범인인 것처럼 쓴 댓글도 화제입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