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외경 / 사진=연합뉴스 |
도시환경정비조합에 가입한 조합원이 총회에 대리인을 내세워 의결권을 행사했더라도 '직접 출석'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천안시장을 상대로 낸 도시환경정비조합 설립인가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조합은 2009년 천안시장으로부터 설립추진위원회 구성을 승인받았습니다. 이어 2015년 2월 창립총회를 열었고, 같은 해 7월에는 도시환경정비사업 시행을 위해 조합 설립을 신청했습니다. 천안시청은 사업구역 내에서 토지 등을 소유한 529명 중 400명(75.61%)이 조합 설립에 동의했다고 보고 설립을 인가했습니다.
그런데 토지 등 소유자 가운데 일부 조합원은 2017년 "대리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효력이 없고, 동의자 수에 오류가 있다"며 무효 확인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동의자 수를 조정해 최종 동의율을 75.8%(525명 중 398명)로 산정했으며 이 판결은 확정됐습니다.
이후 토지 소유자 A씨는 애초에 조합 설립 인가 자체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정에서의 쟁점은 구 도시정비법 24조 5항(현재는 개정)이었습니다. 당시 적용된 이 조항은 총회 의결 때 조합원 100분의 20 이상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2심은 조합 설립 인가가 무효라며 A씨의 손을 들었습니다.
구 도시정비법 24조 5항의 '직접 출석'은 토지 등 소유자 본인이 총회 현장에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대리인 출석은 효력이 없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직접 출석'이라는 규정에는 대리인이 출석한 경우도 포함된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해당 조항의 '직접 출석' 요구 취지는 일반적으로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출석'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둠에 따라 극소수 조합원의 출석만으로도 총회가 열릴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조합원의 의사가 명확하게 반영되도록 하려는 데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입법 취지는 본인이 직접 출석해야만 관철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의결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리인이 출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구현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현행 도시정비법에서 과거의 24조 5항은 45조
대법원은 "개정된 법률도 (대법원의 취지를) 명확히 이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서영수 기자 engmat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