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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초대 주미전권공사 박정양 일행 [사진 = 주미대한제국공사관] |
워싱턴DC소재 국외소재문화재단 미국사무소는 2일(현지시간) 19세기 조선에서 처음으로 미국에 파견한 외교관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2점을 공개했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이 사진은 우리나라 공식 외교관원이 미국의 기관을 방문한 가장 오래된 사진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주미공사 관원들의 활동은 기록과 그림으로만 전해진 만큼 사진이 처음 발견됐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고 공사관 측은 강조했다.
공개된 두 장의 사진 중 한 장은 박정양이 공사관원들과 함께 1888년 4월 26일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사저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모습을 담고 있다. 박정양은 1887년 8월 초대 공사에 임명됐지만 중국의 공사 파견 반대와 배편을 통한 장기 여행 등으로 1888년 1월 1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콜레라 유행으로 바로 하선하지 못해 워싱턴DC에는 같은 해 1월 9일 당도했고, 같은 달 17일 그로버 클리블랜드 당시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전달했다.
당시 마운트 버넌을 찾은 많은 서구인과 함께 포착된 조선인 공사관원은 박정양을 포함해 무관 이종하와 수행원인 화가 강진희, 서기관 이하영 등 4명으로, 모두 전통 한복에 갓을 착용했다. 국외소재문화 재단에 따르면,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이후 5년만에 고종이 파견한 최초의 주미 외교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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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초대 주미전권공사 박정양 일행 [사진 = 주미대한제국공사관] |
박정양은 계속되는 청나라의 압력에 1888년 귀임했고, 개항기 총리대신서리와 궁내부서신대리 등을 지내며 독립협회 등을 지원했다. 박정양은 미국 방문 당시를 기록한 '미행일기'에서 마운트 버넌 방문과 관련, "공사관원들과 알렌 가족을 대동하고 마은포에 갔다. 워싱턴의 옛집을 보았다"며 "평소에 거주하는 곳인데 방 안의 일용하던 가구에서 화원과 운동장까지 살아 있을 때 그대로 보존했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 현재 사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적었다.
박정양과 동행해 함께 포착된 강진희는 사진술이 보급되지 않았던 구한말 이들의 활동상을 기록하던 화가다. 조선인으로서 처음으로 미국에서 직접 풍경화를 그린 그의 작품이 최근 일반에 공개됐다.
또 나머지 사진 1점은 대한제국 내각총리대신 등을 역임했고 을사오적이자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완용과 이완용의 부인, 역시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하영 및 4대 주미전권공사를 지낸 이채연과 이채연의 부인이 1889년 5월 6일 역시 같은 곳을 방문했을 때 찍은 것이다.
사진에는 이들 모두 한복을 갖춰 입었고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었으며, 공사관의 서기관으로 근무했던 호레이스 알렌과 그 딸도 함께 촬영됐다. 이 방문에 대해서는 현지 언론인 '이브닝 스타'가 1989년 5월 7일자로 보도하기도 했다고 공사관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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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이완용과 이채연 [사진 = 주미대한제국공사관] |
한편, 이들 사진은 미국의 한 시민이 경매사이트인 이베이(Ebay)에서 구입해 2020년 마운트 버넌 도서관에 기증한 것이다. 도서관측은 재단에 해당 사진에 나온 인물들과 방문일시 등을 문의했고, 재단은 국내 전문가들과 자료 등을 토대로 사진에 찍힌 인물들이 박정양 공사 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워싱턴DC 인근의 사진 공개 회견장에 나선 김종헌 배재대 교수는 "박정양이 그의 문집에서 조지 워싱턴을 여러 차례 언급하고 마운트 버넌 방문을 중요하게 서술한 것은 조선의 자주독립을 위한 노력 때문이며 귀국 후 독립협회를 적극 지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엽 공사관 관장은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이번 사진 공개를 시작
재단은 19세기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을 2012년 민간인으로부터 구입해 옛모습으로 복원한 뒤 지금은 같은 이름의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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