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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자 냉동시술. [사진 = 연합뉴스] |
직장인 A씨(33)는 최근 난자 냉동 시술을 준비하다 '미혼 여부'를 증명하라는 병원 안내를 받았다. 현행법에 따라 여성이 난자를 냉동하려면 배우자 동의가 필요한데 미혼의 경우 남편이 없으니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건강이 최근 들어 나빠지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난자를 냉동·보관하려 했을 뿐인데 과도한 사생활 침해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A씨는 "미혼이라 정부는 각종 출산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면서 "고가의 시술비를 내면서 출산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만혼 추세가 심화되고 초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자와 정자를 냉동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기혼 부부의 경우 상대 배우자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하고 있고 미혼이면 가족관계증명서로 이를 증명하도록 강제해 시술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미혼 여성의 경우 훗날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예방 차원에서 난자를 냉동 보존하려고 할 수 있는데 국가가 지나치게 개인의 선택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난임을 전문으로 하는 산부인과 병원은 난자 냉동 시술을 받으려는 여성에게 가족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현행 생명윤리법(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난자나 정자를 냉동할 때 배우자 동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난자는 수정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이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지만 대다수 병원은 추후 법적 분쟁을 회피할 목적으로 냉동 시술 단계부터 배우자 동의를 받고 있다.
현행법에 '배우자 동의'를 의무화한 것은 배우자 동의 없이 냉동 시술한 정자 혹은 난자로 훗날 아이를 낳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상속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이동찬 더프레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여성 입장에서 충분히 불만을 느낄 수 있는 사항이지만 법률적으로는 훗날 상속 분쟁은 물론 친자 논란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배우자 증명이 필요하다"면서 "미혼 사실을 증명할 필요가 있는 이유는 반대로 배우자 동의가 필요없다는 사실을 위한 것인데 병원들이 설명을 제대로 안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감안해도 개인 사정이 다양한데 냉동 시술을 받을 때부터 배우자 동의를 강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입국과 출국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부부가 다른 나라에 거주하면 난자 혹은 정자를 냉동 보관하는 시술을 아예 받을 수 없었다. 직장인 B씨(34)는 "사정상 남편은 해외에 체류하고 있고 혼자 국내에 있는데 난자 냉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술을 알아봤지만 거절당했다"며 "기혼자의 경우 배우자 동의가 없이는 시술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남편 입국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특히 미혼 여성의 경우 A씨의 사례처럼 미혼 사실을 서류로 증명하라는 절차를 강제하고 있어 자기결정권을 침해받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미혼 여성의 경우 각종 난임 시술에서 정부 지원이 배제되고 있어 불만을 표시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먼 훗날 난자를 통해 태어날 아이의 아버지가 누가 될지도 불명확한 상황에서 남성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정상가족에 대한 국가의 집착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고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인 만큼 미혼 여성에 대해서도 제도 초기부터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난자 냉동 시술은 만혼 추세가 고착화되면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차병원그룹에 따르면 시술 건수는 2016년 243건에서 2020년 574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만큼 초산 연령이 급속히 올라가고 있기 때문인데, 연도별 첫째 아이 출산 평균 연령은 2012년 30.50세에 지난해 32.60세(잠정치)로 껑충 뛰었다. 30대 여성이
[박나은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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