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직접 "불편하다" 언급도
딸 다혜 씨 "집에 갇힌 생쥐 꼴" 시위대 비판
이낙연은 경찰 업무태만 지적하며 실질적 조치 요구
↑ 문재인 전 대통령 / 사진 = 매일경제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보수단체를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 앞에서 욕설 집회를 하고 있는 단체들에 대한 고소 절차를 문의했습니다. 양산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로 하고, 사저 앞에서 시위하는 보수단체들과 회원들에 대해 모욕 혐의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겁니다.
↑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보름째 주차중인 문 전 대통령 반대 단체 집회 차량 / 사진 = 연합뉴스 |
5년 간의 임기를 마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퇴임 이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에 일부 보수단체들이 사저 앞에서 밤낮없이 집회와 시위를 벌이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한 단체는 사저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낭독하는 '국민교육헌장'을 반복해 틀었습니다. 중간에 중단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사실상 20시간 넘게 확성기 집회를 한 겁니다. 이와 관련해 112 신고가 50건 넘게 접수됐고, 경남 경찰청은 야간 확성기 사용에 대한 제한 통고를 발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효력은 문 전 대통령 반대 단체가 집회 신고를 낸 내달 5일까지 유지됩니다. 이에 따라 해당 단체는 야간에 확성기 사용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밖에 경찰은 지난 6일 문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확성기 등을 사용해 귀향 반대 집회를 진행한 다른 반대 단체 주최자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아울러 일부 주민들은 집회 소음으로 인해 불면증과 스트레스, 식욕 부진 등을 겪으며 병원 치료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2일에는 사저 근처 거주 주민들이 진정서를 작성해 경찰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7일 오전 경남 양산시 하북면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문 전 대통령은 직접 사저 앞 시위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몇 차례 드러낸 바 있습니다.
먼저 지난 15일에는 공식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귀향 후 첫 주말을 맞아 오전 일정을 공개하면서 사저 앞에서 집회를 펼치는 보수다체를 비판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양산 덕계성당 미사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원산면옥에서 점심으로 냉면을 먹었다고 하루 일정을 전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평산 마을 주민들에게는 "여러분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27일 김정숙 여사와 함께 사전 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한 이후 사저 앞 시위대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예, 뭐 불편합니다"라고 짧게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 지난 2017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5월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딸 문다혜 씨와 손자로부터 카네이션을 선물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매일경제 |
특히 문 전 대통령 딸 다혜 씨는 지난 주말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다. 들이받을 생각하고 왔다. 나설 명분 있는 사람이 자식 외 없을 것 같았다"며 "'구치소라도 함께 들어가면 그 사이라도 조용하겠지'라는 심정으로 가열차게 내려왔는데 현실은 참담과 무력. 수적으로 열세. 집 안에 갇힌 생쥐 꼴"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창문조차 열 수 없다"며 "사람으로 된 바리게이트"라고 현장의 시위대를 묘사했습니다.
연이어 올린 게시물에는 시위 현장 사진을 공유하며 "총구를 겨누고 쏴대지 않을 뿐 코너에 몰아서 입으로 총질 해대는 것과 무슨 차이냐"면서 "이게 과연 집회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증오와 쌍욕 만을 배설하듯 외친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개인으로 조용히 살 권리마저 박탈 당한 채 묵묵부답 견뎌내는 것은 여태까지 정말 잘했다"며 "더 이상은 참을 이유가 없다. 이제 부모님은 내가 지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현재 시위 관련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입니다.
문 전 대통령 측근들도 시위를 비판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 48가구가 살던 시골마을이 오랜 평온을 잃고 최악의 소요에 시달리고 있다"며 "차마 옮길 수 없는 욕설녹음을 확성기로 온종일 틀어댄다. 섬뜩한 내용의 현수막이 시야를 가린다. 험악한 인상의 사람들이 길목에 어슬렁거린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마을회관에 25일 주민일동 명의로 내걸린 집회, 1인시위 반대 현수막 / 사진 = 연합뉴스 |
이 전 대표는 "이런 일을 처음 겪으시는 마을 어르신들은 두려움과 불면으로 병원에 다니신다"며 "주민들의 그런 고통에 전직 대통령 내외분은 더욱 고통스럽고 죄송스럽다. 부당하고 비참한 현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우리 민주화의 결실"이라면서도 "그것이 주민의 일상을 파괴하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벗어난다. 더구나 끔찍한 욕설과 저주와 협박을 쏟아내는 것은 우리가 지향한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지경이 됐는데도 정부와 지자체, 특히 경찰은 소음측정이나 하고 있다"며 "업무태만을 넘어 묵인이 아닌지 의심 받아도 할 말이 마땅찮게 됐다. 주민의 평온한 일상이 깨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옳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국회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약하지 않되,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입법을 강구하기 바란다"며 "우리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 증오연설(헤이트 스피치) 규제입법을 서두를 것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17일에도 "종일 확성기를 통해 욕설과 저주를 퍼붓고, 노래를 불러 댄다"며 "평산마을 시위, 자제 바란다"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