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원심 뒤집고 파기환송
↑ 대법원 / 사진=연합뉴스 |
"이혼한 주민이 마을 제사에 왜 왔느냐"는 말을 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30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58)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혼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요즘의 사회분위기상 이혼 사실 자체는 명예훼손 소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제사에 참석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본 표현은 사실이 아닌 의견을 밝힌 것에 불과해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지역의 한 동장이었던 A씨는 지난 2019년 다른 주민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는 주민자치위원과의 통화에서 "어제 열린 당산제(마을 제사)에 남편과 이혼한 B씨도 참석해 안 좋게 평가하는 말이 많았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다른 주민 7~8명과의 대화에서는 "B씨는 이혼했다는 사람이 왜 당산제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발언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1심은 "책임유무에 관한 언급 없이 이혼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은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사라진 요즘 사회 분위기상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이혼한 사람이 왜 왔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표현은 이혼한 사람에 대한 비난을 포함하고 있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2심 또한 1심의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은 "이혼한 사람이 왜 왔는지 모르겠다"고 한 부분은 A씨가 사실이 아닌 의견을 밝힌 것에 불과하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기 위해선 사실을 적시해야 합니다. 이는 가치판단이나 평가 등 의견표현과는 다른 것으로, 과거나 현재의 사실관계를 언급한 것이며 증거에 의해 증명이 가능해야 한다는 게 대법 판례입니다.
하지만 A씨의 발언에서 사실이 적시된 부분은 'B씨가 이혼을 했다', 'B씨가 당산제에 참여했다'는 내용뿐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사회 변화로 이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라지고 있어, 이혼 사실만을 언급하는 건 B씨
재판부는 "A씨는 주민 사이에 '이혼한 사람이 당산제에 참여하면 부정을 탄다'는 인식을 전제로 이 사건 발언을 한 것"이라며 "B씨에 관한 과거의 구체적인 사실을 진술하기 위한 게 아니라, B씨의 당산제 참석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판단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