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봉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사진 제공 = 법무법인 바른] |
B씨, 혼외자식들과 한 집에서 생활하던 A씨는 임종이 가까워졌다. A씨는 800억원짜리 큰 빌딩의 지분을 전처와 반반씩 나눠 갖고 있었고, 자기 몫 400억원가량의 지분을 4명의 자식에게 100억원씩 살아 생전 증여했다. 300억원짜리 작은 빌딩은 B씨와 혼외자 2명에게 유증(유언으로써 자기 재산을 무상으로 타인에게 주는 행위)했다. B씨와 혼외자가 막대한 상속세를 낼 수 있도록 예금 100억원도 주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어느 날 A씨의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부동산과 달리 예금은 미처 유증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A씨는 급하게 동영상을 찍어 현금 100억원을 배우자와 혼외자 등 3명에게 남긴다고 유증했지만 유증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이 현금 100억원을 두고 '큰 집'과 '작은 집'이 다투게 된 것이다.
복잡한 가족의 복잡한 상속다툼을 송봉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가 소송 없이 가족 간 합의로 순조롭게 끝냈다. 다음은 송 변호사와 일문일답.
- A씨 동영상이 유증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유는?
= 유증 요건은 매우 엄격해서 방식이 하나라도 어긋나면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 동영상 촬영은 녹음 유언과 같다. 민법 1067조에 따르면 유언을 남길 때 유언자가 직접 유언의 취지, 이름, 날짜를 모두 말해야 한다. 또 혼자서만 촬영해서는 안 된다. 참여한 1명 이상의 증인이 '유언자 본인의 유언이 틀림없다'는 유언의 정확함과 증인 자신의 이름과 날짜를 남겨야 한다. 단 이익을 받을 수 있는 가족이나 미성년자는 증인이 될 수 없다. 안타깝게도 A씨는 유언을 남기면서 증인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
- 유증 요건을 갖추지 못해도 사인 증여 효력이 인정된 이유는?
= 유증은 유언자 단독행위지만 사인 증여는 증여자가 증여 의사를 표시하고 수증자가 승낙하면 발생하는 계약이다. 유증으로서 형식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도 사인 증여 요건을 갖췄다면 사인 증여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는 판례가 많다. 그러나 그간 대부분 판례는 서면이 교부된 경우였다. A씨 사례에선 A씨가 동영상을 찍을 때 배우자 B씨와 혼외자가 A씨 옆에 있었다. B씨와 혼외자는 그 말을 옆에서 들으면서 감사를 표해 사실상 증여를 승낙한 셈이었다. 구두계약도 계약이란 점이 인정됐다.
- 배우자 B씨와 혼외자 상속이 원만히 해결된 비결은?
= 우선 현금 100억원의 15분의 7을 먼저 찾고, 나머지 15분의 8에 대해 은행에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배우자 몫 3과 자식 6명 몫 각자 2를 합쳐서 15로 나눠야 하는데, 배우자 몫 3과 혼외자 몫 4를 합쳐서 15분의 7을 먼저 찾은 것이다. 은행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렇게 먼저 위험요소를 제거해 급한 불을 끈 뒤 상속재산 분할 협의에 들어갔다. 상속세 신고는 돌아가신 날이 속한 달로부터 6개월이 되는 달의 말일까지 마쳐야 하는데 넘으면 가산세가 막대하게 붙는다. 전처소생의 변호사들과 유류분 침해 여부, 사인 증여 유효 여부, 유증받은 부동산에 따라오는 보증금 반환채무의 부담 관계 등 여러 가지 법률상 쟁점에 관해 여러 차례 의견을 주고받고 각각 조금씩 자신의 주장을 양보해 소송 없이 협의에 이르렀다. 결국 상속세 신고 마감일에 각자 자신들이 위임한 세무사를 통해 동일한 내용의 상속세 신고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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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같은 경우에는 주치의처럼 주치변도 있다. 변호사들이 주치의처럼 무슨 일이 발생하면 언제라도 도와주는 걸 말한다. 이런 가족사가 있더라도 너무 부끄러워 하지시라. 비용이 들더라도 유증이 유언으로서 효과가 정확하게 발휘하는 것이 낫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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