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9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한 검사가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왜 청탁 전화를 하셨습니까?'라며 따지자 이렇게 말합니다. 지역 위원장이 억울해하니 검찰이 얘기를 한 번 더 들어봐달라는 전화였다면서요.
패기 넘치던 그 검사는 법무부 장관도 정무직, 이른바 정치인이라며 정치권이 검찰 인사를 해서는 국민의 검찰이 될 수 없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벌써 19년이 흘렀죠. 우리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 바로 다음 날, 문재인 정부에서 좌천됐던 '윤석열 사단' 검사를 대거 요직에 복귀시키고, 과거 검찰총장 징계 등에 앞장선 이른바 '반윤' 검사들은 좌천성 발령을 냈습니다.
검찰 내 '빅4'로 불리는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 중 3곳을 이른바 친윤 검사가 차지했고, 반윤 검사들은 공교롭게도 한 장관이 과거 좌천됐던 바로 그 자리로 밀려났지요.
'검수완박' 관련법이 시행되기 전에 정치인 수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 '역전의 용사'들을 투입하겠다는 걸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고, 또 속이 시원하다는 분도 계시겠지만, 감독과 주연배우만 교체됐을 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달라진 게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검찰 인사위원회조차 거치지 않고 전광석화처럼 물갈이 인사를 했으니 아무리 수사를 공정하게 한들 야당의 정치보복이라는 공격을 피하기도 힘들 거고요. 이젠 검찰총장에 누가 오느냐만 남았지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국민은 권력 앞에 춤추는 해바라기가 아니라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검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어느 검사가 말했듯 검찰의 인사 독립이 먼저 아닐까요.
내 목, 내 밥줄을 쥐고 있는 사람의 눈치를 보는 건, 인간사에서 당연한 거니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국민의 검찰' 헛된 꿈일까?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