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검사 '음성' 나오자 "소변검사하면 감옥 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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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
지난 3월, MBN은 경찰관이 주거침입 혐의로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마약 수사에 활용해 외국인을 불법 감금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단독] 검찰, '외국인 불법 감금' 수사한 경찰 기소 / 3월 16일 보도 https://n.news.naver.com/article/057/0001649515)
지난 12일, 서울동부지법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1차 공판이 열린 가운데 저희 취재진은 공소장을 입수해 구체적인 공소사실을 살펴봤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소속 A 씨는 팀원 5명과 함께 불법체류 중인 인도 국적 외국인 B 씨가 마약 투약 가능성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 내사에 들어갔습니다.
A 씨는 그해 8월, B 씨에 대한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 등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소명자료 부족’ 등의 사유로 이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A 씨와 팀원들은 추가 수사 활동 없이 B 씨가 2020년 6월 주거침입 협의로 입건돼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사실을 활용했습니다. (주거침입 혐의로 입건된 상태에서 소재불명으로 판사가 2020년 11월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경찰들은 B 씨가 충북 진천에 있는 한 건물을 숙소로 쓰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 9월, 주거침입 사건의 체포영장 사본으로 B 씨를 체포했습니다.
B 씨는 겁에 질린 채 눈물을 흘리며 석방을 요청했지만, A 씨는 B 씨가 검은색 약을 먹는 모습이 촬영된 SNS 동영상을 보여주며 “마약 어딨어”라고 물었습니다.
팀원들이 B 씨 숙소의 침대 이불과 의류를 들춰보기도 했습니다.
검은색 약을 찾고 간이시약검사를 실시했지만,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자 A 씨는 B 씨에게 소변검사를 종용합니다. B 씨에게는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합니다.
“너 소변검사 하면 감옥 안 가고, 소변검사 안 하고 거짓말인 것으로 밝혀지면 2~3년 감옥 간다.”
결국, 경찰들은 외국인 B 씨의 소변을 채취하였고, 경찰들은 B 씨를 체포해 '인치'합니다.
그런데 인치 장소가 또 문제가 됐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이를 '불법 감금'으로 판단했습니다.
주거침입 체포영장 사본에 따르면 B 씨를 인치할 수 있는 장소는 체포영장을 신청한 서울 광진경찰서와 체포지 인근 경찰서뿐입니다.
A 씨는 이를 위배하고 B 씨를 마약범죄수사대 사무실로 인치해 체포 시점부터 약 8시간 50분 동안 감금했습니다.
사무실에서도 B 씨는 눈물을 흘리며 A 씨와 그 팀원들에게 석방을 요청했습니다.
B 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이 드러나 강제 출국됐지만, 만약 강제출국이 되지 않고 그대로 재판에 넘겨졌더라도 마약 성분 분석 결과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약 혐의를 받는 피의자를 검거하려했던 경찰의 의도는 순수하고 선량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다면 수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신뢰하긴 어렵습니다.
앞으로 권한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 경찰이, 권한에 걸맞는 더 큰 책임감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김태형 기자 flash@mbn.co.kr ]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