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기획보도, 오늘 두 번째 시간에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가정을 취재했습니다.
자녀를 돌보느라 소소한 일상의 행복 커녕은힘들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부모는 사후 홀로 남겨질 아이들 걱정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입니다.
심가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기자 】
중증 발달장애를 앓는 27살 강은주 씨.
겉모습은 다 커버렸지만, 양치부터 용변을 보는 일조차도 혼자서는 해내기 어렵습니다.
- "이거 짜봐. 와 이거 너무 많은데."
- "물로 입 닦아봐. 그대로 남아있네."
어머니의 소원은 저녁 시간 혼자 외출해 보는 것.
하지만 딸이 복지관에서 돌아온 오후엔 집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습니다.
▶ 인터뷰 : 김현숙 / 발달장애인 자녀 부모
- "한순간도 누가 옆에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계단도 기분 좋을 땐 가는데 기분 나쁠 땐 못 올라가고…월화목금 빼고는 그냥 집에 있는 거예요."
발달장애인 아들 둘을 40년 가까이 돌보고 있는 손선희 씨는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습니다.
▶ 인터뷰 : 손선희 / 발달장애인 자녀 부모
-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엄마들은 병원에 입원을 못 해요. 지금 저는 아무것도 못 하죠.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그러니까. 그냥 온 생활이 애들한테…."
활동지원사나 주간활동 지원도 하루 최대 5~6시간 남짓뿐, 나머지 일상 대부분이 가족의 몫입니다.
국가가 이 부담을 더 나눠갖자고, 24시간 지원 체계를 구축해달라고 촉구하지만, 예산문제에 가로막히기 일쑤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책임제 역시 실효성은 부족했습니다.
▶ 스탠딩 : 심가현 / 기자
- "우리나라의 GDP 대비 장애인 복지예산의 비율은 0.6%, OECD 국가 평균인 2.02%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가 밝혔던 '24시간 돌봄 모델 확대'도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 인터뷰 : 이동석 /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예를 들어) 임기 내 (예산) 2배까지 확충. 이러면 신뢰가 갔을 텐데 지금 있는 걸 계속하겠다고만 하니, 구체적 양이 나오지 않다 보니 잘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은 25만여 명.
부족한 예산과 선거용 립서비스 앞에서 이들 가정은 하루 하루 힘겨운 고개를 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현숙 / 발달장애인 자녀 부모
- "해준다는데 왜 그래. 근데 언제 해줄 건데요. 그게 중요한 거잖아요. 정말 필요한 시기에 언제 그것을 해줄 것인지 그 기간이 저는 중요하다고 봐요."
MBN뉴스 심가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