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관저 아냐"…법원, 집회 시위 허용

↑ 제20대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의 모습 [박형기 기자]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은 관저 인근과 달리 '집회금지 장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의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3호를 적용해 집회를 불허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11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하 무지개행동)이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쟁점이었던 용산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구간에서 행진을 허용했다. 다만 경호와 차량 정체 우려를 고려해 한 장소에 계속 머무는 것은 금지했다.
무지개행동은 오는 14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용산역 광장에서 사전집회를 개최한 뒤 삼각지역, 녹사평역을 거쳐 이태원 광장을 행진한다는 내용의 집회 신고를 지난달 용산경찰서에 했다.
그러나 경찰은 행진 경로 중 일부 구간이 대통령 집무실과 100m 이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행진을 금지했다.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의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3호에 저촉된다는 이유에서다.
무지개행동 측은 "집무실은 관저에 포함되지 않아 집무실 앞 행진은 가능하다"며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통령 집무실이 집시법 11조3호의 대통령 관저에 포함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용산역 광장에서 출발해 이태원 광장에 도착하는 2.5㎞에 이르는 구간 행진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관저의 사전적 정의는 '정부에서 장관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들이 살도록 마련한 집'이라는 뜻"이라며 "집시법 11조3호 입법취지와 목적,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같은 공간에 있었던 입법 연혁 등을 고려해도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경찰이 대통령 집무실 인근 시위를 집시법을 근거로 들어 금지할 수 없게 되면서 향후 다른 '용산 시위'들도 자연스럽게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판부는 "행진을 제한없이 허용할 경우 대통령 집무실과 국방부 인근 교통정리, 경호에 예기치 못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일부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면서 행진경로(용산역 광장→LS용산타워 →삼각지역→녹사평역 →이태원광장)를 지나갈 때 인도와 하위 1개차로를 이용하도록 하고 행진 구간은 1회에 한해 1시간 30분 이내 신속히 통과하도록 법원은 주문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