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전경. [사진 제공 = 인천공항공사] |
코로나19 사태로 빗장을 걸어 잠궜던 세계 공항들이 각종 입출국 규제를 완화하면서 해외 여행 수요가 회복세로 전환됐다.
코로나19 발생으로 하루 평균 이용객이 20만명에서 1만명 아래로 떨어졌던 인천공항에도 온기가 돈다. 지난 3월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이후 1분기 이용객(108만명)은 전년 동기(55만명) 대비 94% 늘었고, 이달 들어서는 14일까지 27만명이 이용해 전년 동기(8만명) 대비 229%가 증가했다. 12월이면 하루 이용객이 15만명으로 늘어나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의 78%까지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렇게되면 인천공항은 코로나19 사태 2년 만에 사실상 정상화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인천공항은 수요 회복을 앞두고 9월께 '비즈니스 패스트 트랙(Fast track)'을 시범운영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협의중이다. 성공한다면 개항 21년 만에 현안 사업을 이루게 된다.
서비스 비용을 낸 여객에게 입출국 편의를 제공하는 패스트 트랙은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국민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사실상 '역린' 처럼 치부돼 왔다.
↑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지홍구 기자] |
현재 국적 항공사에서 지원하는 서비스는 별도 라운지에서 비즈니스승객의 체크인을 돕는 정도의 수준으로 진정한 의미의 패스트 트랙과는 거리가 있다. 비즈니스 패스트 트랙의 핵심은 일반 여객과 같이 줄을 서는 비즈니스 승객 또는 유료 신청 일반 여객을 별도 동선으로 빼내 입출국 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보안검색과 출입국 심사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다.
인천공항이 2013년 교통약자와 사회적 기여자를 위해 도입한 '교통약자 패스트 트랙'이 이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 서비스는 2014년 장관급, 2016년 노약자·동반자까지로 확대·운영되고 있다.
인천공항은 2018년에도 제2여객터미널 개장에 맞춰 '비즈니스 패스트 트랙'을 도입하려 했으나 국민정서 등을 이유로 연기했다. 당시 인천공항은 제2여객터미널에 비즈니스 전용통로시설까지 확보했었다.
인천공항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비즈니스 패스트 트랙'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도입 의지를 재확인했다. 만약 국토부가 시범 도입을 의결하면 이 서비스 이용자의 입출국 수속 시간은 일반 여객의 3분의 1 수준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비즈니스 패스트 트랙 시범 운영은 국토부·법무부 등 유관기관 협의를 거쳐 국토부 출입국절차간소화위원회가 결정한다.
↑ 인천국제공항 `패스트 트랙` 개념도. [사진 = 인천공항공사] |
서비스 요금은 미정이나 시범 운영 기간에는 1인당 1만~1만5000원이 유력하다. '비즈니스 패스트 트랙'를 신청한 여객은 어느 여객터미널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1여객터미널 이용 여객이라면 기존 '교통약자 패스트 트랙'을, 2여객터미널 이용 여객은 비즈니스 전용통로시설을 이용하게 된다.
인천공항은 "'비즈니스 패스트 트랙' 시범운영은 여론과 이용객 편의 개선, 유료화 방안 등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시범운영 결과과 운영계획을 검토해 정식 서비스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국민적 위화감을 우려하지만 인천공항 이용 여객들은 '비즈니스 패스트 트랙'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2020년 7월 인천공항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8%가 이용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유료 서비스라 하더라도 이용하겠다고 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선호 금액은 1만~1만5000원 수준이었다.
'비즈니스 패스트 트랙' 이 도입되면 하루 평균 43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인천공항은 예상한다. 이는 출발여객 기준 4.9% 수준이다. 2019년 인천공항 출발여객은 일반여객 7만6000명, 교통약자 6800명, 비즈니스 4300명 등 8만7100명이었다. 인천공항은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여객은 출국장 예약제와 연계해 시간당 쿼터를 둬 제한할 예정"이라면서 "특히 '비즈니스 패스트 트랙' 운영으로 발생한 수익은 사회공헌과 교통약자시설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 마련된 `교통약자 패스트트랙`. 유료 출입국 우대 서비스인 `비즈니스 패스트 트랙`이 오는 9월 도입되면 해당 서비스 여객들은 이곳을 이용하게 된다. [사진 = 인천공항공사] |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사회적 위화감이 해소돼야 겠지만 양질의 서비스를 위해서는 댓가를 지불한다는 원칙이 수용되는 시대적 상황이 됐다고 본다"면서 "1등석 승객이 아니더라도 비용을 지불해 의전우대서비스를 받겠다는 수요가 있으면 공급해 주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다만 '비즈니스 패스트 트랙'이란 명칭이 10년 이상 이어온 논란으로 인해 부정적 이미지가 많이 형성된 만큼 이름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즈니스' 용어가 주는 계층간 위화감 등을 해소하겠다는 의미다. 새로운 명칭은 시범 운영 기간에 국민 설문조사, 경영회의 등을 통해 선정할 예정이다.
인천공항은 "'비즈니스 패스트 트랙'은 승객 수요를 분산해 터미널 혼잡도를 낮추고, 서비스 만족도를 높여 공항 서비스 향상, 항공사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공항은 '비즈니스 패스트 트랙'이 도입되면 출국 여객의 약 5%(1터미널 3%, 2터미널 10%)가 분산·처리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인천공항 취항 항공사 협의체인 항공사운영위원회(AOC) 김태식 위원장(아메리칸에어 지점장)은 "프리미엄 승객에게 차별화되고 보다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항공사와 공항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인 패스트 트랙이 적극 수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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