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검찰·수사관 호소문 국회의장에게 전달 예정
"범죄 알아내도 못 본척해야 되나?"…보완수사 제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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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오늘 새벽,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단독으로 의결하면서 이를 둘러싼 정치권과 법조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일선 검사들은 오히려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더 낫다는 반응인데, 민주당 안에 대해 "검찰 본질을 훼손한 명백한 위헌", "누더기에 졸속 법안"이다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실제, 대검찰청에는 '해당 법안은 위헌이므로 국회 통과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호소문이 수천 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사와 수사관 수천 명이 낸 호소문으로 대검은 이를 모아 국회의장에게 오늘이나 내일 중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표로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안의 부당함과 처리 저지를 호소했습니다.
박 차장은 "충분한 논의도 없이 하루아침에 강행 통과되는 건 절차상으로도 심각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비판하며 "n번방 사건, 계곡살인 사건처럼 검찰이 진상 규명하는 일이 불가능해지고,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개정 검찰청법 제4조와 형사소송법 제196조에 명시된 검찰 수사 범위에 대한 내용을 가장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 중재안에선 검찰로 송치된 사건에서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를 금지한다고 명시했지만, 민주당이 단독 의결한 법안에는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한 내용으로 바뀌었습니다.
검사들은 "피의자의 추가범죄를 알아내도 수사하지 말란 말과 똑같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검 형사부는 브리핑을 열고 "개정안은 진범·공범, 추가 피해에 대한 수사 등 범죄자 엄벌과 국민 구제하기 위한 수사까지 별건수사라는 프레임에 가둬 금지시킨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옵티머스 펀드의 수사와 기소를 담당했던 김지영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 부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대형 금융사기 사건이 고발되어 수사를 하다, 피의자들이 편취한 자금을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 막무가내로 투자한 것을 확인해도 횡령·배임·사기 등 추가 혐의를 수사할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또 김 부부장검사는 "추가 범행을 발견해도 개정안에 따라 못 본척, 모른 척 하면 되는건지 궁금하다"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 역시 검찰 내부망에 "온라인으로 연결된 수많은 공범들을 밝혀내도 더이상 수사를 못 한다"며 "몰카범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살인범이라도 그 자리에서 체포조차 못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상용 수원지검 검사는 "택시(검찰 수사)로 5분이면 갈 거리를, 국민더러 반드시 다시 정류소로 가서 버스를 타고 가라고 하는것과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민주당은 선거범죄 수사의 경우 6·1 지방선거 공소시효가 끝나는 올 연말까지 검찰이 직접수사를 할 수 있도록 조정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이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선거범죄 대응에 공백이 생길 것은 변함없고, 당장 공백이 생기는 시점만 유예됐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대검 공공수사부는 "6개월의 공소시효, 난해한 선거법, 경찰업무 폭증 등 문제의 대안 없이 '정치권 치외법권화' 비판만 모면하기 위해 선거범죄 수사의 혼란 시점을 내년 1월로 유예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선거를 담당한 한 부장검사 역시 "시점만 유예됐을 뿐"이라며 "중대범죄수사청이 설립 된 이후 수사 역량이 생기기 전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대검은 특히 내년 3월에는 지역 연고관계가 크게 작용하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열리는데,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 사건 수사에 투입된 일선 경찰 수사과가 내년 9월까지 조합장선거 사건에 파묻히면 사기·횡령 등 민생범죄는 장기 방치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민주당 개정안에는 '검찰총장은 부패·경제범죄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의 직제 및 해당 부 소속 검사와 공무원, 파견 내역 등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한다'는 내용도 추가됐습니다.
이에 대한 반발도 심해지고 있는데, 한 부장검사는 "이는 명백한 삼권분립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해당 부장검사는 "국회법도 아니고 개별청법에 수사팀 보고 조항을 넣는게, 전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권력분립의 큰 틀에서 보면 문제 소지가 충분히 있을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다른 검사 역시 "기재부의 예산담당 부서는 국회에 와서 인원 등을 보고하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 "국회의원들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명단을 달라는 건 목적성이 분명하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검찰 외 법조계에서도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예원 장애인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을 언급하며 "치명적인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동일성이라는 제한이 없어지지 않으면 "아동학대 사건에서 성폭력 사실이 확인돼도 수사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스토킹범의 핸드폰에서 아동 성 착취물이 발견돼도 수사를 못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재심 전문 변호사인 박준영 변호사도 민주당의 입법 강행에 대해 "졸속 입법이 부끄럽지 않냐"고 비판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법은 국회에서 만들지만, 국회는 우리로부터 입법 권한을 위임받았을 뿐"이라며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법을 뚝딱 만든다는 게 말이 되느냐. 헛웃음이 나오다가 분노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이 내용적인 측면이나 절차적인 측면 모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고,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
이근수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국가 제도나 조직은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설계되어야 하는데 이번 법안은 내용적 측면에서 기본권을 후퇴시킨다고 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본다"며 "절차적으로도 적법절차의 원칙이 헌법에 있는데 이 법안은 의견 수렴 절차가 없어서 위헌 소지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길기범 기자 road@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