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도 끝나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온 듯 보이지만, 여전히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확진 이후 1년 넘게 기침과 통증, 심지어 휘발유 냄새가 나고 미각을 상실하는 등 후유증을 앓고 있는 이른바 '롱코비드' 환자들입니다.
우리나라는 롱코비드에 대한 규정이나 대책이 없다 보니, 환자들이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탐사M, 정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 2월 코로나 확진 이후 격리를 마친 60대 한 모 씨.
일상으로 돌아가나 싶었지만,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직장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기침이 계속된 겁니다.
▶ 인터뷰 : 코로나 후유증 환자 한 모 씨
- "잠을 못 잤어요. 밤새도록 기침을 하니까, 직장도 못 나가고, 직장 나가면 콜록콜록하면 옆에 사람들이 안 좋아하잖아요. 식은땀도 나고 살 수가 없었어요. 한마디로…."
20대 정 모 씨는 확진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코로나 후유증 환자 정 모 씨
- "아직도 음식 먹을 때마다 맛도 잘 안 느껴지고 미각 상실이라고 해야 하나 너무 불편하고 언제 제대로 돌아올지 모르니까 아직까지도 너무 불안한 그런 마음입니다."
후유증 클리닉을 운영 중인 한 병원의 조사 결과, 후유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는 계속 늘어나 일주일 평균 100명 가까이 됩니다.
피로와 후각 장애, 우울감까지 학계에 보고된 증상만 200개가 넘습니다.
▶ 인터뷰 : 김홍배 / 명지병원19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 교수
- "코로나 바이러스가 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여러 경로를 통해서 몸 전신이나 특히 뇌까지 막 침투하고 정말 심한 경우는 관리를 꼭 해줘야 하는…."
전문가들은 확진자의 10~20%가 코로나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며, 오는 6월이면 롱코비드 환자가 300만 명 가까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는 롱코비드 환자에 대한 아무런 규정도 없습니다.
의무 격리기간인 7일이 지나면, 후유증을 아무리 호소해도, 심지어 다른 기저질환과 맞물려 사망을 해도, 코로나 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해 본인이 치료비와 장례비를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
반면, 영국은 2020년 10월, 이미 후유증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1,505억 원을 투자해 영국 전역에 약 90개의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을 운영 중이고, 미국도 정부 주도하에 표준화된 치료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우주 /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정부가 책임을 지고 롱코비드 증후군에 대한 치료 지침, 클리닉 준비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고 국민은 고통을 호소하는데 국가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건 문제…."
방역당국은 올해 하반기에나 확진자 1천 명을 대상으로 후유증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입니다.
탐사M, 정태진입니다.
[정태진 기자 jtj@mbn.co.kr]
[영상취재 : 이우진 기자, 영상편집 : 이동민, 그래픽 : 김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