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킬라 효과'로 불린 멕시코 경제 위기는 몇 가지 이유가 중첩돼 나타난 결과였습니다.
당시 멕시코는 대통령 선거가 있던 해로, 멕시코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크게 확대해 엄청난 재정 적자에 직면했습니다. 또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돈을 마구 찍어내 통화량이 급증했죠. 그 와중에 미국이 금리까지 인상하자, 글로벌 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갔고, 페소화가 대폭락한 겁니다.
정권 교체기, 대규모 재정적자, 저금리 기조, 미국의 금리 인상만 보면 현재 우리나라와 많이 비슷하죠.
우리는 외환보유고도 충분하고, 국가부채도 위험 수준이 아니라지만, 재정적자와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서 급격히 금리가 오를 경우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거나 투자를 한 이들은 아주 위험할 수 있거든요.
윤석열 당선인도 50조원 규모 보상을 내걸었지만, 재정 건전성과 물가 급등이라는 거대 장애물 때문에 인수위도 선뜻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다음 달 3~4일, 금리를 0.25%p 정도가 아닌 한 번에 0.5%p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그 전엔 양적 긴축을 시작한다.'라고 했습니다. 신흥국 금융시장에 후폭풍을 몰고 올 양적 긴축을 예고한 겁니다.
오늘 취임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입니다. 특히 이 총재는 한국은행 독립성에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늘 성장 주도의 재정 정책을 원해왔으니까요.
이 총재는 정권에 밉보일까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통화신용정책과 국가부채 관리 등에 있어, 그가 거시경제 사령탑 역할을 해야 우리나라가, 우리 국민이 살 수 있으니까요.
한국은행 총재는 대통령이 지명했다지만, 대통령의 권한도, 국민이 준 겁니다. 그에게 기대를 걸어봅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이창용, 정권 눈치 보지 말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