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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50대 직장인 A씨는 집에 있는 자가진단키트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지난달 오미크론 대유행 당시 가족의 건강을 우려해 키트를 20개나 사둔 것이 화근이었다. 금액만 12만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 5명이 모두 코로나19에 확진되고 나자 더 이상 키트가 쓸모 없어졌다.
A씨는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면 되니 자가진단키트가 필요 없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적당히 살 걸 그랬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자 기존에 구입했던 자가진단키트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가 늘고 있다. 완치자가 늘어나면서 집에 쌓아둔 자가진단키트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추세다.
21일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자가진단키트를 저가에 판매한다는 게시물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대체로 정가보다 매우 낮은 가격에 올라와 있으며, 한 이용자는 "마스크 5개와 자가진단키트 5개를 2000원에 판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자가진단키트를 대량 발주한 편의점 점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점주 B씨는 "한 달 전 오미크론 대유행 당시에는 키트가 하루에 50개씩 팔렸다"며 "그러나 지금은 2~3개가량 팔리거나 아예 안팔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점주 C씨는 "지난달 수요가 많을 걸로 예상해 대량 발주를 거쳐 소분했다" 며 "판매량이 줄어서 반품을 하고 싶은데 이미 소분된 키트는 반품할 수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당분간은 발주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약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40대 약사 D씨는 "확진자가 감소하면서 자가진단키트와 코로나19 관련 상비약의 판매량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가진단키트를 상비약의 개념으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앞으로도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종은 계속해서 출현할 수 있다"며 "당장 필요가 없어졌다고 중고 거래를 하게 되면 추후에 증상이 있을 때 대응하기 어렵다. 상비약처럼 가정 내에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
온라인상의 거래에는 법적인 문제도 있다. 개인간 의료기기 중고거래는 원칙적으로 불법 행위이기 때문이다. 현행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허가받지 않은 판매자가 의료기기나 의료품을 판매하는 것은 금지돼있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 한재혁 매경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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