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명목으로 환자들에게 잡일시키는 관행 개선하라"…인권위 권고 수용

↑ 국가인권위원회. [사진 = 연합뉴스]

정신의료기관에서 입원환자들에게 치료를 명목으로 화장실 청소, 쓰레기 분리수거 등의 잡일을 시키는 관행을 개선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해당 병원과 관할 시가 받아들였다.
19일 인권위에 따르면 경상북도 A시의 한 의료재단 산하 B병원은 입원환자들에게 치료의 일환인 '작업요법'을 실시한다며 화장실·복도 청소, 쓰레기 분리수거, 배식, 식사보조, 식당보조 등의 일을 시킨 것으로 지난해 드러났다.
이를 인권침해라고 판단한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A시장과 B병원장에게 이러한 노동 부과를 중단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철저한 관리·감독을 주문했다. A시장은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B병원에 대한 지도·감독을 실시했다고 회신했고 B병원은 재발 방지를 위한 이행계획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조사 당시 인권위는 B병원이 입원환자들에게 부과한 작업들이 사실상 병원 운영에 필요한 필수 노동이라고 판단했다.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단순 작업을 넘어 병원의 운영 편의를 위해 활용됐다는 지적이다. 또 당시 환자들은 안전한 환경을 갖춘 직업재활훈련실 등의 장소가 아니라 병원 직원들이 근무하는 장소에서 작업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의 현장 관리 역시 전문요원이나 작업치료사가 아니라 병원의 일반 직원들의 몫이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당시 작업치료에 참여한 환자 대부분은 "부족한 간식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진술했다. B병원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의 상황을 이용해 이들의 노동력을 저임금으로 사용한 것이다. 인권위는 "작업치료가 환자의 치료 및 재활의 목적보다 인건비 절감 등 B병원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활용됐다"고 판단했다.
[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