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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수완박' 개정안에 항의하며 사의를 표명한 김오수 검찰총장 |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이 통과되면 검사는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소속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를 제외하곤 압수수색과 체포, 구속 등 수사를 할 수 없게 됩니다.
'검수완박'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서,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실제 현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법조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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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 앞 검수완박 반대 현수막 |
먼저 민주당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제197조 3항과 4항을 살펴보겠습니다. 개정안은 "검사는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수사할 수 있고(3항), 범죄수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검사가 그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이 법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사법경찰관으로 본다(4항)"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사의 수사권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경찰과 공수처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를 하게 되는 경우 검사를 사법경찰관으로 간주한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그렇다면 경찰 혹은 공수처 검사에 대한 수사를 한 검사(이하 A검사)가 범죄 혐의를 발견해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제16조는 검사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위 사건을 '수사'한 A검사는 사법경찰관 신분이 되기 때문에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없고, 다른 검사(B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해야 합니다.
그런데 검찰 내에서는 사법경찰관(A검사)이 신청한 영장을 검토한 B검사도 영장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현재 검찰에서는 영장을 검토하고 법원에 청구하는 과정 전체를 '수사'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A검사가 신청한 영장을 '검토'하는 순간 B검사도 '수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개정안 제197조에 따라 사법경찰관이 된다는 겁니다. 사법경찰관은 영장 청구권이 없기 때문에 B검사 역시 또 다른 C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해야 하고, C검사 역시 영장을 검토하는 순간 사법경찰관이 돼 결국 그 누구도 영장을 청구할 수 없게 될 거라는 논리입니다.
형사사법시스템에 심각한 '수사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현직 검사는 "해당 조항은 헌법이 규정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위 사례는 이번 개정안이 담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 중 한 가지 사례만 가정해본 결과입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만 발생하는 문제제기일 뿐, 실제 사법 집행에는 문제가 없을 거란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수완박 개정안을 향한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단순한 기우에 그치지 않고 머지 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이미 '공수처법 제24조'라는 선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수처법 24조는 검찰과 경찰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우위권을 보장한 조항으로, 검경이 고위공직자범죄 사건을 인지하면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고 공수처가 요구하면 수사 중인 사건을 넘겨줘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출범 초기부터 이 조항에 대한 해석을 두고 공수처와 검찰 간 이견이 터져 나왔고, 사건 이첩 여부를 놓고 수사기관 간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공수처가 검경으로부터 이첩받은 고위공직자범죄 사건을 검경으로 재이첩해 수사 기간만 더 길어지는 '사건 핑퐁'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독소조항이라며 공수처법 24조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공수처법 24조를 둘러싼 이같은 혼선은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아닙니다. 공수처법이 통과되기 전부터 해당 조항이 독소조항에 해당한다는 반대 의견은 검찰과 정치권에서 이미 제기됐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지에 대해 수사기관 간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공수처가 출범했고, 이로 인한 혼선은 결국 국민 몫으로 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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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찰청 외경 |
공수처법은 지난 2018년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고 2019년 12월 법안이 통과돼 2021년 1월 공수처가 정식 출범했으니 최소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안 발의 전까지 사개특위 등 회의를 수차례 거쳤고, 검찰과 경찰, 법원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도 있었습니다.
최소 3년의 논의 과정을 거친 공수처조차 출범 후 여러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검수완박' 개정안은 공수처법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형사사법제도의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지만, 최소한의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검찰과 정치권은 물론 변호사 단체와 시민단체에서도 한 목소리로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개정안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검찰의 국가형벌권 행사에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와 기소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와 기소를 막기 위해 출범한 기구가 바로 공수처입니다. 그렇다면 공수처가 제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 출범 뒤 1년 동안 검찰 못지 않게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공수처지만, 공수처의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민주당 내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 개혁은 놔두면서 검수완박을 하겠다는 시도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1년 이상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더라도 잘 될까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지금 같은 방식으로 하면 명백하게 수사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 서영수 기자 engmat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