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 피해자 누나 "이은해, 보험금 지급 미뤄지자 도움 요청"

“동생과 전화 통화라도 하고 싶다”
“이은해의 뻔뻔함 기억…용서할 수 없어”

↑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조현수(30)씨가 지난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 씨가 검찰 수사를 받다가 도주한 지 4개월 만에 검거된 가운데, 사망한 피해자의 누나가 “동생이 진심으로 대했을 그들은 제 동생을 그저 돈으로만 이용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가 막힌다”며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습니다.

피해자 윤 모 씨의 누나 A 씨는 오늘(17일) 한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20년 봄쯤 보험금 지급이 계속 미뤄지니 제게 도움을 청했던 그 뻔뻔함을 아직도 전 기억한다”고 운을 뗐습니다.

A 씨는 “내사종결 후 보험금을 받을 생각에 몇 개월은 행복을 꿈꿔봤을 것. 완전범죄라고 생각했을 것. 그동안 저희 가족은 지옥이었는데 이은해는 여행을 다니며 보험금 입금될 날만 기다렸을 것”이라며 “언제까지 그럴 수 있는지 앞으로 더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이를 키우는 어느 엄마가 살인을 저지른 대가로 얻은 보험금으로 아이를 키우려고 하느냐”며 “제 동생을 담보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고 했던 짐승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이제부터 더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다고 염려해 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재판까지 험난한 가정을 겪을 수도 있다고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희에게는 엄청난 위안이다. 사건이 덮어질까 두려웠고 막막했던 게 사실이다. 늦었지만 (이들이) 법으로 심판받을 수 있는 자리까지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너무나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문득 오늘 밤은 동생과 전화 통화라도 하고 싶다”며 “범죄자는 벌을 받고 동생은 그 여자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 평범하게 살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오랜 시간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신 회원분들께 감사하다”며 “현장에서 애써주신 일산 서부서 형사님들과 인천지검 검사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 '계곡 살인' 피해자 누나가 올린 글 / 사진=인터넷 카페 캡처

앞서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공개수배 17일 만인 16일 낮 12시 25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모 오피스텔에서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이 씨와 조 씨를 체포했습니다. 검거 과정에서 이 씨의 아버지는 딸의 자수 의사를 경찰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 씨 아버지는 “딸이 자수하려고 한다. 오피스텔이 서울지하철 3호선인 삼송역 근처라고 한다”며 은신처 위치를 경찰에 알려줬고, 검거를 위해 오피스텔을 찾았을 때도 경찰관들과 동행했습니다.

경찰은 오피스텔에서 이들이 각각 사용하던 휴대전화 1대씩 총 2대를 수거해 검찰에 넘겼습니다. 이 휴대전화는 ‘대포폰’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도피 기간 중 휴대전화 사용과 신용카드 거래 내역 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포폰’과 '대포차량' 사용 가능성이 제기돼 왔습니다. 또한 경찰은 도피 자금으로 사용한 현금, 타인 명의의 신용카드 등 도피에 사용한 도구들과 범행을 입증할 증거물들을 함께 압수했습니다.

한편, 이 씨와 조 씨는 지난 2019년 6월 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 폭포 4m 높이에서 수영을 하지 못하는 윤 씨를 뛰어내리게 종용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같은 해 2월과 5월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 한 혐의 등도 받고 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