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회원수 630만명을 보유한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을 운영 중인 중소기업이 직원들에게 수백 개의 가짜 계정을 만들어 여성 회원인 것처럼 활동하라고 지시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남성 회원에게 사이버머니 결제를 유도하고, 대만인의 사진과 개인 정보를 무단 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한국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소속 권호현 변호사는 소개팅 앱 '아만다'와 '너랑나랑'을 운영하는 테크랩스와 김충현 대표이사 등을 전자상거래법·표시광고법·개인정보보호법·형법 위반 등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했다.
권 변호사는 테크랩스 직원들의 내부 고발을 접수해 비실명으로 대리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공익신고자는 신분이 노출에 대한 걱정 없이 변호사를 통해 권익위에 신고할 수 있다.
테크랩스의 위법 행위는 지난해 11월 아만다 업데이트를 통해 '시크릿 스퀘어'라는 서비스를 시작한 시점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시크릿 스퀘어는 성별을 제외한 정보가 노출되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익명게시판이다. 게시글을 보고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리본'을 사용해 매칭을 신청을 할 수 있다. 상대가 매칭 신청을 수락하면 프로필을 확인한 후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통상 리본 18개가량을 소모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본은 개당 150원이다. 이를 반영하면 2700원정도를 써야 한다는 의미다.
남성 이용자가 여성 이용자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남탕'을 우려한 테크랩스는 성비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200개가 넘는 가짜 여성 회원을 만들었다. 사내 메신저를 통해 직원들에게 배포한 뒤 적극적인 활동을 지시했다. 실제로 당시 연령별 성비가 9대 1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크릿 스퀘어 서비스 출시 초기 약 한 달 동안 가짜 계정으로 작성된 게시글은 하루 최소 3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금까지 확인된 가짜 계정만을 우선적으로 집계한 최소 수치다.
가짜 계정을 이용한 인위적인 성별 조정은 아만다뿐만 아니라 너랑나랑에서도 진행됐다. 너랑나랑은 이용자에게 하루 16명의 이성을 2명씩 짝지어 8번 소개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추천을 받은 이성 2명 중 1명을 계속 선택하다가 마지막까지 남은 이성과 무료로 1대 1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유료 결제아이템인 '하트' 10개를 사용하면 '둘 다 선택'이 가능하다. 하트는 개당 100원이다. 너랑나랑을 이용한 남성 회원 중 최대 40%는 가짜 계정과 대화하기 위해 결제를 한 것으로 관측된다,
또 테크랩스는 대만에서 선보인 데이팅 앱의 여성 회원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해 가짜 계정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반대로 대만 앱에서는 한국 앱 여성 회원의 사진을
권 변호사는 "이용자를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부분은 형법상 사기 혐의"라며 "현행법상 형법 위반은 공익침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권익위에서 (수사기관에) 고발을 해 달라는 취지로 함께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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