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법원 판례는 다른 공간으로 구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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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집회 시위를 할 수 있을까 |
5월 10일,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에 새롭게 마련될 예정입니다. 청와대 외곽 담장 안으로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함께 있는 지금은 청와대 외곽 담장을 경계로 100미터 안에서 집회 시위를 할 수 없습니다. 경찰은 이에 맞춰 새로 마련될 집무실 인근에서도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겠다고 계획을 밝혔습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11조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안에서 집회 시위를 할 수 없습니다. 경찰은 이 법조문에 나온 관저를 집무실과 같은 공간으로 해석해 용산에 마련될 새 집무실 반경 100미터 안에서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집시법 어디에도 대통령 ‘집무실’이란 표현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경찰 측 해석처럼 대통령 관저를 집무실과 같은 공간으로 볼 수 있을까요?
경찰이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을 같은 공간으로 보게 된 배경에는 관저와 집무실이 같은 공간에 있던 역사가 있습니다. 1948년 8월 15일,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이화장에서 청와대의 옛 이름인 경무대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경무대의 1층에는 대통령 집무실이, 2층에는 대통령의 생활공간인 관저가 마련됐습니다. 관저와 집무실이 같은 공간에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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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전경11 |
경무대는 이후 청와대로 이름이 바뀌었고 청와대는 1990년, 대통령의 생활공간인 관저를 업무 공간인 집무실과 분리했습니다. 청와대 누리집의 설명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는 '대통령과 그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대통령의 공적인 업무공간과 사적인 업무공간을 구분할 필요'가 있어 지어졌습니다. 관저와 집무실이 각기 다른 공간으로 분리된 겁니다.
집시법이 제정된 시점은 1962년입니다. 집시법이 마련되던 시기의 '통념'에 비춰보면 관저와 집무실을 같은 공간으로 간주하고 법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경찰은 또 숙소보다는 집무 공간이 더 보호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집시법 입법 취지라고 판단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준비했던 유홍준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도 2019년 1월 4일, "대통령이 근무하고 있는 곳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엔 집회나 접근이 금지돼 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집시법의 관저 조항을 폭넓게 해석한 겁니다. 지금 경찰의 판단과 다르지 않습니다.
법원에서는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2006년 6월, 한 단체가 청운동사무소 인근에서 집회 시위를 신고했다가 종로경찰서가 이를 금지하자 서울행정법원에 종로경찰서를 상대로 ‘옥외 집회 금지 통고 처분취소’를 청구했습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을 같은 공간으로 판단했습니다.
행정법원 판결문엔 아래와 같은 표현이 등장합니다.
"집시법 제11조 제2호에 규정된 대통령관저는 그 문언상 대통령이 주로 직무를 행하는 장소와 주거로 사용하는 장소, 대통령을 보좌하거나 경호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필수적 부속건물 및 그 부지, 즉 일반적으로 청와대라고 불리워지는 담장 안에 있는 일단의 건물 및 그 부지만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경찰 역시 이 판례를 판단 근거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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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서울행정법원 판결문 중 일부 |
그런데 법원에서 다르게 해석한 사례도 있습니다.
2017년 서울행정법원은 2007년과 다르게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을 다른 공간으로 판단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2016년 10월, 청와대 인근에서 진행될 시위를 종로경찰서가 금지한 건을 다루면서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을 다른 공간으로 분명하게 구분했습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관저와 집무실에 대하여 이렇게 밝혔습니다.
"대통령 관저는 국가가 마련한 대통령의 저택으로서 집시법이 제정된 1962. 12. 31. 이전부터 지금까지 '청와대 외곽담장' 안에 대통령 집무실 및 비서관 업무시설 등과 단지를 이루어 설치되었다...대통령 관저는 '청와대 외곽담장' 안에서 대통령 집무실 등 다른 업무시설과 구분되어 별도의 담장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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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서울행정법원 판결문 중 일부 |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을 같은 공간으로 보는 것에 대해 같은 법원이지만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겁니다.
따라서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과 같다는 경찰
경찰이 관저를 집무실과 같다고 보고 그 주변에서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행동입니다. 자의적으로 해석하기보다 법제처 등을 통해 해석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 이혁재 기자 / yzpotato@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