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 암울한 동독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어느 비밀경찰과 그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던 예술가 커플이 독재 권력에 의해 삶이 무너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실제로 중국 문화대혁명이나 스탈린 시대의 소련, 지금의 북한을 보면, 독재정치는 사람들을 공포와 광기에 빠지게 하고, ‘너 죽고 나 살기’식 고발을 유도해 나라 전체를 서로가 서로를 통제하는 감시사회로 전락하게 하죠.
그런데 러시아가 자발적인 감시와 이웃 고발이 횡행한 감시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전쟁 없는 세계’를 노래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줬는데 아뿔싸 학생들이 이걸 경찰에 신고했고 이 교사가 법정에 섰거든요.
판사는 그에게 50만 원의 벌금형을 부과했고 학교는 도덕적 이유를 들어 그를 해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우연한 게 아닌 푸틴 정권의 주도면밀한 통제의 일환이니 앞으로는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가짜 뉴스가 러시아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겁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공격?침공’으로 부르는 걸 불법으로 규정하고 러시아군에 반하는 성명엔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는 법안에 서명했으며 ‘러시아인들은 인간쓰레기와 배신자들 사이에서 진정한 애국자를 구별해낼 수 있고, 그들을 입안에 들어온 벌레 뱉듯 뱉어버릴 것이다’라는 격한 표현으로 공포정치를 위한 바람몰이에 나섰거든요.
실제로 러시아 당국은 쇼핑몰 모니터에 ‘전쟁 금지’라는 문구가 나왔다는 행인의 신고로 가게 주인을 체포하고 별표 8개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던 남자를 재판에 넘겼는데, 그 이유가 러시아어로 ‘전쟁 금지’가 8글자인데 별 숫자가 8개여서라고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시대의 전쟁은 지배집단이 국민과 대치하여 싸우는 것이며, 전쟁의 목적은 영토 확장이 아닌 그들의 사회체제를 지키려는데 있다.’
조지 오웰의 섬뜩한 예언이 사실이라면 푸틴의 전쟁 대상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 자국민이고 더 나아가 독재자 자신의 권력 연장이 아닐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감시사회가 된 러시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