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자 검찰이 달라졌다. 한 사건은 3년간 서랍장에 넣어두더니, 이제서야 수사를 시작했다. 또 한 사건은 수사팀의 무혐의 보고를 1년 이상 뭉개더니 지난 6일 비로소 무혐의 처분 결정을 했다. 두 사건 모두 현 정권과 관련된 사안이다. 3년 만에 시작한 수사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다. 정부가 산업부 소관 공기업 사장들을 강제로 물러나게 했느냐가 핵심이다. 이제야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는 한동훈 검사장이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해 정권의 미운 털이 박힌 사람이다. 현 정권에서 몇 차례 좌천이 됐고, 채널A 기자와 공모해 수감 중인 기업인으로부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정보를 캐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검찰 수사를 받았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수사를 하는 게 맞는 거라면 더 일찍 해야 했다. 이제서야 산업부와 산하 공공기관 8곳을 압수수색하니까, 검찰이 눈치를 보는 대상이 현 정권에서 새 정권으로 바뀐 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처분도 마찬가지다. 무혐의가 옳다면 더 일찍 결정해야 했다. 작년 1월부터 수사팀이 지금까지 12차례나 무혐의 보고를 했다고 한다. 계속 뭉개다 정권이 바뀐 이제야 무혐의 결정을 하니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제서야 검찰이 정권의 족쇄를 풀고 제대로 하는 거라며 환영하는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난 뒤에야 검찰이 족쇄를 풀 수 있는 거라면, 검찰은 계속 족쇄를 찰 운명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단지 그 족쇄의 주인이 새 정권으로 바뀔 뿐이니까 말이다.
더 늦기 전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면서 검찰 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최선의 방책을 찾아야 한다. 현 정권의 잘못은 '민주적 통제'를 명분으로 검찰을 직접 통제해 자기 편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고 말았다. 현 정권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많은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현 정권에 의해 사실상 검찰총장에서 쫓겨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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