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역패스를 중단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수십 만원에서 많게는 수백 만원을 주고 산 방역장비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태블릿PC나 고가의 체온계 등이 속속 중고장터에 나오고 있지만, 사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혁재 기자입니다.
【 기자 】
20년 가까이 서울 홍대거리에서 장사를 해온 이일섭 씨.
손님들의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QR코드 인증용 태블릿PC를 구입했습니다.
이제는 애물단지가 된 수십 만원짜리 태블릿PC를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 인터뷰 : 이일섭 / 자영업자
- "QR 코드를 체크할 수 있는 태블릿PC를 그 당시에 45만 원 정도 들었고요. 매출이 없는 날도 있었고요. 마음이 조금 울컥해지는데 너무 힘듭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고가의 체온계가 전원이 꺼진 채 서있습니다.
유흥주점에서 이용자 발열 확인은 의무 사항이라 비싼 값을 주고 샀지만 되팔기도 쉽지 않습니다.
▶ 인터뷰 : 박명근 / 자영업자
- "발열 체크기만 해도 200만 원 넘어가는데 태블릿PC도 100만 원 넘어가고, 처분하려 해도 누가 사가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일단은 내버려두고 있는 상태예요."
서울 장안동의 한 탁구장 사정도 비슷합니다.
이 탁구장에선 일일이 출입 명부를 작성하기가 어려워 35만 원짜리 지문 인식기를 샀다가 지금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 매물로 올렸습니다.
물건을 찾는 사람은 없습니다.
▶ 인터뷰 : 김미영 / 자영업자
- "가게세 내기도 힘들고 (방역)장비 같은 걸 구매하다 보니까 많이 힘들더라고요. 지문 인식기라든가 연막 소독기라든가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려놓긴 했는데 아예 거래가 없어요."
▶ 스탠딩 : 이혁재 / 기자
- "이처럼 중고 거래 사이트에 필요가 없어진 방역 장비를 반값에 내놓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팔리지 않아 처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크게 줄은 상황에서도 방역 장비를 구매한 자영업자들.
자영업자들의 방역 노력으로 코로나19 시기를 견딘만큼 적절한 보상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MBN뉴스 이혁재입니다 [yzpotato@mbn.co.kr]
영상취재: 김회종 기자
영상편집: 양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