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함께 근무하면서 관심을 받았던 택배기사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고 후원금을 횡령한 채 잠적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6일 강동경찰서는 최근 국민신문고 진정을 통해 사건을 접수하고 택배기사 A씨(30대)를 사기·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자신이 키우고 있는 몰티즈 경태와 시츄 태희의 심장병 치료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후원금을 모금했다. 강아지 사진을 넣은 굿즈를 판매해 수익을 거뒀고, 누군가가 자신의 택배차량을 들이받았다고 번호판 주변이 눌린 사진을 게시하며 금전적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여기에 자신의 SNS 계정을 친구로 추가한 누리꾼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A씨가 빌린 돈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지난 2월 SNS에 강아지들이 아프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혼자라면 어떻게든 살아가겠지만 아픈 아이가 둘이니 정말 힘이 든다"고 "한 시간만 1000원씩 입금해 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목돈을 마련했다며 후원금의 20%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전부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허가를 받지 않은 1000만원 이상의 개인 후원금은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환불해 주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했지만, 반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유기동물보호소로부터 따로 200만원의 병원비 지원을 받기도 했다.
이후로도 틈틈이 판매 중인 강아지 이모티콘을 홍보하는 글과 관심을 가져 달라는 글을 올리던 A씨는 지난달 "1000원 릴레이 두 번은 못한다고 했는데 현실 앞에서 또 무너진다"며 "한 번만 더 도와주세요"라며 계좌번호를 적었다. 당시 안타까움을 느낀 누리꾼들은 의심 없이 A씨에게 송금했다.
하지만 A씨가 반려견 치료비로 쓴 금액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병원비와 약값을 합쳐 약 300만원 수준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A씨가 내원한 동물병원의 증언을 토대로 산출한 금액이다.
논란이 커지자 A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 계정을 폐쇄했다. 현재 A씨는 잠적한 상태다. A씨를 대신해 강아지들을 돌보고 있는 A씨의 동생은 억울하다며 후원금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
경찰은 "국민신문고 진정 외에도 A씨를 고소한 사람이 있어 수사를 진행하려고 한다"며 "아직 정확한 피해자의 숫자나 피해금액이 특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비에 젖어 목숨이 위태로웠던 유기견 경태를 입양해 키워 왔다. 경태가 분리불안 증세를 보여 어쩔 수 없이 택배차량 조수석에 경태를 태우고 일을 하게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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