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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자료 사진. 대학가 인근 한 카페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코로나19 여파로 대학이 대면 및 비대면 강의를 동시 운영하는 가운데, 대학가 카페가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으로 인해 시름하고 있다.
대학 강의실·도서관 등은 이용이 제한돼 있고 스터디카페는 분위기가 지나치게 경직돼 학생들이 학교 인근 카페로 발걸음을 옮겨서다.
그런데 커피 한 잔을 주문해놓고 지나치게 긴 시간 머무르거나, 도서관 자리를 맡아두듯 가방만 놓고 외출하는 이들이 생겨나 카페 사장은 골머리를 앓는 실정이다.
5일 오전 11시경 서울 동국대학교 인근에서 만나본 다수의 카페 사장은 "카공족 때문에 회전율에 지장이 생긴다"고 입을 모았다.
카페 사장 A씨는 "우리 카페는 공부하러 오는 학생이 80%"라며 "주말엔 8시간 이상 머무는 학생도 있고, 중간에 가방만 달랑 놓고 나가서 밥을 먹고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카페에는 노트북을 켜 놓은 학생이 군데군데 보였다. 오후 2시 이후부터는 공부하러 들르는 학생이 더 많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에는 어쩔 수 없이 '4시간 이상 이용 시 음료 추가 주문'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꺼냈다"며 "대학가 근처이니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최소한의 매너는 지켜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카페 사장 B씨 역시 "가장 저렴한 아메리카노를 시켜두고 나갈 생각을 않는 카공족을 보면 답답하다"면서 "친구와 수다를 떨러 온 다른 손님이 눈치를 보다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카공족이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가 카페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는 손님 한 명 한 명이 반갑다는 입장이다.
카페 사장 C씨는 "회전율이 낮긴 하지만 카공족이라도 있어서 그나마 매출이 나온다. 요즘처럼 손님이 없을 땐 장시간 카페를 이용하는 이에게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추후 좌석이 꽉 찬 상황에서 4~5시간씩 머무는 손님이 있다면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 것 같다"고 밝혔다.
카공족 맞춤형으로 카페를 꾸미는 곳도 있다. 이날 들러본 동국대 인근의 한 카페는 지하 1층~지상 1층으로 구성됐는데, 지하는 면학 분위기에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좌석마다 콘센트가 마련돼 있고 책상도 장시간 공부에 적합하게 만들어져 스터디카페 못지않았다.
이곳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던 한 대학생은 "대면 강의 후 곧바로 온라인 강의가 시작되는데 인근 카페 말고는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며 "스터디카페는 너무 조용해서 신경이 쓰인다. 적당한 소음이 있는 카페에서는 교수님께 대답할 때 눈치도 덜 보이고 노트북 타이핑도 마음껏 할 수 있다"고 말
카공족의 장시간 이용이 카페 측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사장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민될 만한 문제"라며 "학생이 '1잔 주문에 3시간 이용' 등 적정한 선을 지켜 이용하면 갈등이 덜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 안채린 매경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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