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높은 '코로나 엥겔지수' 탓에 신음하고 있다. 전체 생활비 생계비 중 방역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본가가 지방에 있어 기숙사에서 생활했는데 확진된 후 기숙사 측으로부터 '격리기간 동안 기숙사를 사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집에 기저질환자가 있어 다른 곳에 머물러야 했던 A씨는 1박 숙박료가 7만9000원인 숙소에서 일주일을 지냈다. 매 끼니를 배달시켜 먹으니 식비도 만만치 않았다. 밥값은 배달료를 포함해 한 끼에 1만4000원 정도는 거뜬히 넘었다. 설상가상으로 격리하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어 이번 달 월급이 60만원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소득은 줄고 지출만 늘어난 것이다.
이런 상황이 만연하자 '코로나 엥겔지수'라는 용어가 나왔다. 전체 생활비 중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일컫는 '엥겔지수'를 본 따 만들어진 것으로, 생계비 중 방역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이르는 말이다. 자가진단키트, 응급상비약 등 방역비용을 직접 부담해야하는 확진자들은 높은 코로나 엥겔지수 탓에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 엥겔지수가 오른 건 비단 A씨 뿐이 아니다. 대학생 B씨(22)는 1주일 수당이 40만원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이달 초 확진 판정을 받고 중순께나 격리에서 해제돼 이를 받지 못했다. 이후 거주지 인근 동사무소에 생활지원금을 신청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6월 말에 지급된다"였다. B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확진된 것을 숨기고 일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치료 환자가 대거 늘고 있는 가운데 방역 부담이 개인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다. 지난 16일부터 1인 기준 생활지원금이 기존 24만4370원에서 10만원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확진자의 부담은 더 커졌다.
코로나19에 확진되면 생계에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다 보니 높은 코로나 엥겔지수를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이 감염 의심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는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확진 판정이 나더라도 치료를 받을 수 없고 생업에 지장이 가는 상황에서 검사를 기피하는 분들을 탓하기는 어렵다"라며 "검사 후 격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 상황에 코로나19를 독감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 후 마스크를 쓰고 타인과 접촉하지 않는 조건으로 격리를 없애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 위원은 "코로나19 격리자 생활지원금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자가격리자 생활 지원은 너무 당연한 보상이자 부족한 보상"이라고 밝혔다.
격리 기간 이후 치료비도 걱정이다. 정책상 격리기간 이후에는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의 경우 코로나에 감염된 이후 발생한 문제 등으로 입원과 치료가 길어지면서 병원비 부담 문제가 커지고 있다.
올해 1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글을 보면 이 같은 상황을 잘 나타나 있다.
해당 글 작성자의 어머니는 작년 10월 코로나 감염 이후 중환자실에 갈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 같은 해 12월 PCR 검사 후 전염력이 없다는 의료진의 판단 하에 코로나 중환자실에서 일반 중환자실로 옮기게 됐는데 이때부터 '격리해제'가 되어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작성자는 "12월 9일부터 31일까지 1200만원의 병원비를 부담해
또 "병원비로 답답한 마음에 병원에 문의하면 질병청으로 문의해라, 질병청에 문의하면 보건소로 문의해라, 보건소로 문의하면 병원이나 질병청에 문의하라하고 이게 무슨 책임전가입니까!"라며 방역당국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 안채린 인턴기자 / 한재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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