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거리. [최아영 기자] |
지난달 31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남역 인근. 북적이는 골목에서 만난 20대 A씨는 "거리두기가 풀렸으면 한다. 오후 11시나 자정이나 한 시간씩 늘려도 제한하는 건 똑같은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를 하루 앞둔 이날 서울 강남·건대 등 주요 상권에는 밤늦게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부분 주점은 거의 만석이었다. 거리를 찾은 시민들은 밝은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다녔다. 술에 취해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이들도 있었다.
매경닷컴이 만난 자영업자들과 시민들은 장기간 지속된 거리두기에 피로감을 내비쳤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누적 확진자가 1300만명을 돌파한 만큼 방역지침은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강남역의 한 골목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30대 B씨는 "24시간 운영이 아닌 이상 거리두기 완화는 큰 의미가 없다"며 "손님이 늘어난 상황은 아니다. 아직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어 다들 조심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친구와 술을 마시러 나왔다는 20대 C씨는 "저희를 포함해 국민 5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걸렸는데 걱정도 되지만, 거리두기가 완화됐으면 좋겠다" 고 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일터를 잃을 것을 우려하는 시민도 있었다.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60대 D씨는 "이곳에서 생계유지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코로나19에 감염돼 일을 못할까 봐 걱정된다"며 "얼마 전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술에 취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주의를 줬더니 소란을 피워 결국 경찰을 부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께 서울 건대입구역 인근의 한 골목. [이상현 기자] |
골목 안에서는 성수사거리 방향으로 인파가 끝없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내리고 떠들썩하게 대화하는 것은 물론, 곳곳에서 흡연하며 귀가 전 아쉬움을 달랬다. 더러는 술김에 소동을 벌여 경찰이 출동해 제지하는 일도 빚어졌다.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40대 점주 E씨는 "저길 봐라. 11시 넘는다고 사람들이 집에 가지 않는다. 다 아쉬워서 모여 담배를 태우고 있지 않으냐"며 골목 한쪽을 가리켰다.
E씨는 "장사라도 속 편하게 해줘야지. 주점은 밤 장사다. (방역수칙을) 지키려는 사람이 없는데 왜 자영업자만 제한하느냐"고 토로했다.
골목에서 만난 20대 F씨는 "확진자 동선 추적이 중단됐고, 치료도 집에서 혼자 한다"며 "코로나19가 걱정은 되지만, 이제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제약을 자꾸 두고, 수시로 바뀌는 게 번거롭다"고 말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오는 4일부터 17일까지 사적 모임 제한 인원을 8명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시차를 두고 나타날 위중증과 사망 증가 우려, 우세종화된 스텔스 오미크론의 영향, 봄철 행락수요 등 위험요인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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