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도와줘"…은행 지점장 출신도 '메신저 피싱' 당했다

보험금 수령 이유로 앱 설치 요구…주민번호와 계좌 묻기도
1천200여만원 출금 사실 뒤늦게 확인…연락처 정보도 빼가

↑ 은행 지점장 출신인 A씨에게 온 메신저 피싱 내용 / 사진=연합뉴스

'메신저 피싱'에 은행 지점장 출신마저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3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은행 지점장 출신인 A(70)씨는 지난 26일 모르는 번호로 아들을 사칭하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A씨를 "아빠"라고 부른 상대는 휴대전화가 고장 나서 관련 보험금을 수령해야 한다며 원격 조정이 가능한 앱 설치를 요구했습니다. 주민등록번호와 은행 계좌, 비밀번호 등도 캐물었습니다.

평소 아들과 메시지를 자주 주고받던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상대가 요구하는 정보를 넘겼고, 상대는 "보험처리 이제 다 했다"며 A씨를 안심시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A씨는 다음날인 27일에야 자신의 은행 계좌에서 1천200여만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하고 '메신저 피싱' 피해를 인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피싱 조직은 원격 앱으로 A씨의 휴대전화에 등록된 연락처를 빼내 A씨의 지인에게 비슷한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씨는 "도움을 요청하는 아들의 연락에 별다른 의심 없이 답변한 결과 메신저 피싱 피해를 봤다"며 "은행 지점장 출신이 범죄 피해를 겪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수법을 널리 알려 추가 피해를 막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A씨로부터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에 나섰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30일 "메신저를 통해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연락을 받을 경우 지인이라고 하더라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상대방을 명확히 확인하고, 범죄가 의심되면 경찰에 곧바로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피싱은 금융기관 등의 웹사이트나 그곳에서 보내온 메일로 위장해 인증번호나 신용카드 번호, 계좌정보 등을 빼내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사기수법을 일컫습니다.

최근 5년간 경찰청에 신고된 피싱 피해는 2016년 17,040건에서 2020년 31,681건으로 1.86배 증가하였으며, 피해액도 2016년 1,468억 원에서 2020년 7,000억 원으로 4.7배 증가했습니다.

21년도에는 보이스 피싱 피해액이 크게 감소하였지만, 문자나 SNS를 활용한 메신저(스미싱) 패싱은 증가했습니다. 2020년 상반기 177억 원이었던 메신저 피싱 피해액이 2021년 상반기 466억 원으로 2.63배 늘어났습니다.

이에 정부는 신종 보이스피싱 수단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에서 발송된 메시지 또는 친구등록이 되지 않은 사람에게 받은 메시지에 대해 경고 표시를 강화하고 불법 금융사이트에 대해 삭제·접속차단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차단 기술을 도입하고 SNS 업체에 차단을 요청하는 방법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보이스피싱에 이용되는 악성 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선불전자금융업자를 통한 피해 방지 대책도 고민중입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