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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호우에 물에 잠긴 국보 반구대 암각화. [사진 제공 = 울산시청] |
울산시는 암각화 보존을 위한 사연댐 수문 설치 타당성 용역 결과 암각화 하류에 위치한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는 것이 최적의 보존 방안으로 제시됐다고 29일 밝혔다. 암각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암각화로 평가받는다.
울산시는 현재 60m인 댐을 깎아 47m로 낮추고 그 위에 폭 15m, 높이 7.3m 수문 3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댐 수위가 52.2m로 낮아져 댐 상류 53m 높이에 위치한 암각화 침수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집중호우 때는 수문을 개방해 일정 수위를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이 결과 암각화 연평균 침수 기간은 기존 1~5개월에서 1시간 이내로 줄어든다. 200년 빈도로 발생하는 극심한 홍수(일강우량 432㎜)에도 침수 시간은 최대 18시간으로 분석됐다. 총 공사비는 796억원으로 추정됐다.
사연댐 수위를 낮추면 댐의 하루 용수공급량은 18만㎥에서 13만1000㎥로 4만9000㎥ 줄어든다. 울산시는 부족한 용수는 지난해 6월 대통령 소속 낙동강통합물관리위원회 의결에 따라 경북 청도 운문댐에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암각화 보존은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울산 단골 공약이다. 이명박 정부는 암각화 앞을 흐르는 대곡천을 돌려 사연댐으로 연결하는 유로변경안, 박근혜 정부는 암각화 앞에 생태제방을 설치하는 생태제방안을 추진했으나 문화재청은 반대했다. 2013년 생태제방안을 절충한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댐) 설치가 추진됐으나 모형 시험 과정에 누수가 발생해 3년 만에 중단됐다.
2017년 문화재청은 생태제방안을 부결하고 댐 수위를 낮추는 것이 가장 좋은 대책이라고 권고했다. 울산시는 식수난을 이유로 반대했으나 문재인 정부에서는 울산시가 청도 운문댐 물을 받는 조건으로 수문 설치를 통한 수위조절안이 최적 방안으로 선택됐다.
하지만 수위조절안은 암각화 앞 유속을 증가시켜 훼손이 더 빨라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집중호우 때 사연댐 수문을 개방할 경우 태화강 하류 범람에 따른 도심 홍수 우려도 꾸준히 제기됐다.
2013년 울산시가 한국수자원학회에 의뢰한 수리모형 실험 결과 사연댐 수위를 60m에서 50m로 낮추면 암각화 앞 유속이 10배 정도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뜩이나 암각화 표면 손상이 심한데 댐 수위를 낮추면 훼손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태화강 홍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991년 태풍 글래디스 때 울산은 하루 417㎜ 강우로 시가지 대부분이 물에 잠겼다. 2016년 태풍 차바 때도 총 강우량은 260㎜에 불과했으나 시간당 104㎜의 비가 쏟아지면서 태화시장 등 도심이 침수됐다.
지역 일각에서는 6·1 지방선거 이후 수위조절안 재검토를 정부와 울산시에 요구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암각화 보존 관련 전통적으로 보수
조홍제 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수문설치안은 정말 태화강 홍수 우려는 없는지, 댐 수위를 낮추면 정말 암각화가 보존되는지에 대한 수리·과학적 검증이 부족하다"며 "댐 수위만 낮추면 된다는 판단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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