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양봉 농가에서 꿀벌 수십억 마리가 흔적없이 사라졌다는 소식 얼마 전 전해 드렸죠.
그런데 이런 '꿀벌 실종 사건'이 강원도에도 발생하는 등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농작물의 70% 이상이 꿀벌 덕분에 열매를 맺는데, 꿀벌이 모두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이 벌 대신 꽃가루 수정을 해야겠죠.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됐습니다.
포커스M 장진철, 강세훈 두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 기자 】
천막 안에 꿀 생산을 포기한 벌통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500통의 벌을 키우는 이 농가는 100통의 벌통에서 꿀벌이 몽땅 사라졌습니다.
꿀벌이 있는 벌통도 절반 이상이 비어 있습니다.
▶ 인터뷰 : 신상현 / 양봉 농가
- "양봉을 35년 사육했는데 이렇게 벌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처음입니다.)"
전남과 경남 등 남부지방에서 시작된 이른바 '꿀벌 실종 사건'.
충청과 경기를 거쳐 강원도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전국의 20%에 해당하는 양봉 농가에서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상 기후입니다.
꽃이 일찍 피면서 월동 중이던 꿀벌들이 계절을 착각해 나갔고, 체력이 약해져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거나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얼어 죽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 전국적으로 꿀벌 70억 마리가 사라진 것으로 파악했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은 올해만 벌통 50만 개 이상과 꿀벌 100억 마리가 사라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 스탠딩 : 장진철 / 기자
- "꿀벌은 농작물의 열매를 맺게 하는데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지면서 과일과 채소 농가들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어서 강세훈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수박 산지로 유명한 경남 함안입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농가는 벌을 풀어 꽃을 수정합니다.
그런데 어디에도 벌이 보이지 않습니다.
꿀벌 구하기가 어렵자 열매 수분을 위해 사람이 벌 대신 꽃을 수정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꿀벌이 하면 하루 이틀이면 되는데 사람이 손으로 하면 한 달 이상 걸립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 인터뷰 : 강주홍 / 수박 재배 농민
- "(사람이 꽃가루 수정하면) 상품성이 떨어지고 당도도 떨어지고 모양도 안 좋고…."
이 딸기 농장은 그나마 벌통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벌통 1개에 보통 꿀벌 2만 5천 마리가 있어야 하는데 절반도 안 됩니다.
꽃가루 수정을 할 벌이 부족하다 보니 딸기 생육도 부진합니다.
기형으로 생긴 딸기도 수두룩합니다.
이 농가는 올해 첫 농사를 망쳤습니다.
▶ 인터뷰 : 양승규 / 딸기 재배 농민
- "꿀벌이 (꽃가루) 수정을 못 해서 딸기가 기형과가 됐어요."
벌통 1개를 임대하는데 10만 원하던 것이 40만 원까지 올랐고, 이마저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과수 농가는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 인터뷰 : 이 담 / 과수 농가
- "꿀벌이 만약에 없어진다면 농사를 더는 지을 수 없을 것 같고, 대책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스탠딩 : 강세훈 / 기자
- "지구 위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이 농작물도 사람도 사라질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경고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포커스M이었습니다."
영상취재 : 조계홍·정의정 기자
영상편집 : 이주호·유수진
그래픽 : 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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