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서 저만 남았어요"…미확진자들 업무 피로감 호소, 회사는 나몰라라

↑ 서울 종로 시내에 직장인 등 시민들이 걸어가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팀원 19명 중 5명 빼고 모두 확진됐어요. 남은 사람들끼리 일을 떠맡으니 미칠 지경입니다. 코로나19 고통이 엄청나다지만 차라리 감염되고 싶단 철없는 생각까지 들어요." (31세, 직장인)
코로나19 누적 확진 1100만명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미확진 직장인들의 업무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 국민 5명 중 1명꼴로 감염되면서 회사마다 '일손이 달리는' 상황이다.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33만9514명 늘어 누적 1116만2232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393명 발생해 누적 사망자는 1만4294명, 치명률은 0.13%가 됐다.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기업 내 업무 공백도 심화하고 있다. 직장인 A씨는 "자가격리에 들어간 다른 직원들 일까지 맡아 하느라 너무 힘들다"면서 "아직 안 걸려서 좋긴 하지만 업무 때문에 번아웃이 올 것 같다"고 밝혔다.
직장인 B씨 또한 "확진자를 욕할 순 없지만 가끔 억울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라며 "거의 무증상인 동료가 7일간 유급휴가를 받으면서 푹 쉬었다는 얘길 듣고 정말 허무했다"고 말했다.
확진자는 확진자대로 고통과 불편을 호소한다. 팀원들 눈치를 봐야 하는 데다 심한 증세에도 마음껏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에 따라 격리 기간에 대한 처우가 천차만별이어서다.
감염병예방법은 입원 또는 격리될 때 사업자가 유급휴가를 줄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이는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다. 대다수 대기업은 유급병가 제도를 도입한 반면 일부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확진된 직원들이 무급휴가를 쓰거나 연차를 소진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확진 판정을 받은 중소기업 근무자 C씨는 "몸이 너무 아파서 일할 수 없는 상황인데 회사에서는 무급휴가를 쓰거나 연차를 소진하라고 했다"면서 "결국 연차를 썼고, 그마저도 일손이 부족해 반은 재택근무를 했다"고 토로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측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아니면 유급 병가제도가 없어서 많은 직장인이 몸이 아플 때에도 연차를 소진하게 된다"며 "코로나19 휴가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직장인 연차가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