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자 수 '역대 최다'…확진자 수는 줄었는데 사망자는 왜?

당국 "기저질환이 원인" vs 전문가 "치료제 부족 때문"

↑ 20일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재택 치료 중인 코로나19 환자를 옮긴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정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사망자 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사망자 수가 연일 증가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해 당국은 기저질환의 감염을 원인으로 꼽은 반면, 전문가들은 치료제 부족과 중환자 의료 체계 등이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오늘(25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4일 0시 기준 사망자 수는 47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월간 사망자는 지난 1월 1,147명이었지만 지난달 1,383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번 달 24일까지는 무려 5,84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약 2년간 누적된 사망자 1만3902명 중 5,844명, 즉 42%가 이번 달에 발생한 것입니다.

당국 "의료 제공 적절" vs 전문가 "의료 체계 안정 아냐"

사망자 수는 확진자 수 증가와 비교했을 때 2~3주 정도 시차를 두고 늘어납니다. 이달 중순쯤 60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사망자 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2주간 사망 증가 추이는 '229→269→251→200→293→164→429→301→319→327→329→384→291→470명'이었습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백브리핑을 통해 "확진자 수가 워낙 많아서 기저질환이 중증인 환자들이 사망 집계로 잡혀서 그런 것 같은데, 관측해봐야 한다"며 "적절한 의료 제공 속에서 사망자가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수치상으로 드러난 것보다 많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안정된 의료 체계가 유지된다는 당국의 설명 역시 의료 현장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들은 화이자의 코로나19 먹는치료제 '팍스로비드' 보급량은 사용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며, 지금이라도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확보해 처방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천은미 이대목동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 초기에 팍스로비드,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입원 환자들은 사망하지 않았다. 항바이러스제를 조기에 투여하면 바이러스가 복제를 못하기 때문에 폐렴이 오지 않는다"며 "재택치료 일반관리군, 대학병원 외래환자 등도 초기에 병원 진료를 보고,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갑 "이렇게 되지 말자고 경고한 건데"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코로나19 하루 사망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어제(24일) "이렇게 되지는 말자고 경고를 한 건데"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이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관적 예측이라고 했던 내용들이 현실이 될 때 그 예측을 한 사람의 마음에는 큰 슬픔이 생긴다"며 "이렇게 되지는 말자고 경고를 한 건데, 그 경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현실이 된 거다"라고 적었습니다. 이어 "그런 슬픔에도 현장에서 한 분이라도 살려보려는 의료진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며 "환자를 떠나보내는 의료진의 마음에도 상처가 남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달 16일 방역을 완화하면 안 된다는 전문가들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는다며 정부 코로나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위원에서 사임했습니다. 이후 그는 "(코로나를) 독감의 치명률과 비교하는 말도 안 되는 말장난은 이제 그만하라" 등의 발언을 하며 정부 방역 정책을 비판해왔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 15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고위험군이 감염되면 우선 치료할 수는 있지만, 고위험군의 감염을 집중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역정책은 어디에도 없다"며 "유행 규모를 줄이지 않고는 고위험군의 감염을 막을 수 없고 늘어나는 고위험군의 감염을 치료하고 싶더라도 의료 체계를 넘어서는 환자가 발생하면 사망자는 급증하게 된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우한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hannau7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