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 현상 바라보는 인식, 정치 성량에 따라 극명한 차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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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소속 활동가들이 2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졌던 '뜨거운 감자'는 '이대남·이대녀' 현상이었습니다. 이에 우리 국민 10명 중 9명이 해당 현상을 두고 성별·세대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3일 '미디어 이슈' 8권 2호를 발간했습니다. 해당 책에는 이대남 현상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조사한 연구결과가 담겨있었습니다. 이번 조사는 대선이 끝난 다음날인 지난 10일부터 닷새간 20~50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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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남' 규정 및 용어 사용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인식 /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8.9%가 20대 남성을 이대남으로 칭하는 흐름을 두고 '성별·세대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85%가 이대남 용어로 20대 남성을 한 집단으로 묶어서 보는 데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이어 국민 상당수(83.2%)는 이대남 현상에 대해 '정치인, 인플루언서 등이 세간의 관심과 영향력 확대를 위해 활용하는 갈라치기 프레임'이라는 데 동의했습니다. 또 82.3%가 '일부에서 관찰되는 특성이 미디어 등에 의해 부풀려진 현상'이라고 답했습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대남' 용어에 문제점이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이대남 현상을 바라보는 인식은 정치성향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우리사회에서 이대남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진보성향이라고 답한 응답자 대부분(82.2%)이 부적절하다고 인식한 반면, 보수와 중도집단은 각각 상대적으로 낮은 65.0%, 67.7%만 부정적으로 생각했다는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이대남 당사자인 20대 남성들 중에서 스스로를 이대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23.3%로 조사됐는데, 이 중 44.1%가 보수였고, 진보는 8.3%에 불과했습니다. 반대로 이대남이 아니라고 답한 20대 남성 중 절반(50.0%)이 진보성향으로 나타났습니다. 진보성향으로 갈수록 이대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어 '이대남' 현상이 이번 대선에서 20대 유권자를 위한 후보들의 정책 공약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문항에서는 관련 정책 공약이 더 자극적이 됐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65.8%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뒤를 이어 '공약이 더 많아졌다'(55.0%)가 절반을 넘겼습니다.
'관련 공약에 있어 후보별 차별화가 더 어려워졌다'와 '공약이 더 다양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각각 47.8%와 45.5%로 절반을 밑돌았습니다. '공약의 실효성이 더 높아졌다'는 응답률은 32.6%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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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대선 성별·연령별 출구조사 결과 / 사진=KBS·MBC·SBS |
앞서 3.9일 대선에서는 20대 이하 남녀 표심이 확연히 갈리면서 '젠더 갈등' 논란이 재점화됐습니다. 대선 당일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가 각각 윤석열, 이재명 후보에게 결집하면서 20대 이하 남녀 유권자 표심이 대비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고기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ogije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