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했다…호기심이 컸던 것 같다" 사과
동물보호단체가 경북 포항의 한 폐양어장에서 학대당하던 고양이 9마리를 구출했습니다. 학대 용의자는 20대 남성으로 조사됐습니다.
비영리 민간단체 '동물권행동 카라'는 21일 페이스북에 "오늘 시민들과 함께 포항 폐양어장 동물학대 현장을 수습하고 고양이 아홉 마리를 구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카라 측은 지난 2월 한 학대자가 고양이를 살해하고 해부한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몇몇 네티즌들의 협조 요청을 받고 현장 위치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습니다.
단체는 이 과정에서 해당 현장이 포항의 한 폐양어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기관 고발 등을 준비하던 도중 현장 상황이 급박하다고 판단해 곧장 포항으로 향했습니다.
카라는 "현장에 토막난 사체 여러 구와 함께 살아있는 고양이들도 다수 갇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심지어 경찰들은 현장을 보고도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돼 즉각 처참한 학대 현장 고양이들을 구조하고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일요일(20일) 밤 바로 짐을 꾸려 포항으로 내려갔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조 현장은 그야말로 '지옥'이었습니다. 물이 빠진 3~4m 깊이의 양어장에 갇힌 고양이들은 오랜만에 보는 사람의 애정에 목말라 있었으며 현장에서는 훼손된 고양이 사체와 혈흔 등도 발견됐습니다.
카라 측은 시민들과 다른 동물보호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현장에 있던 고양이들을 무사 구조했습니다. 현장에서 구출한 고양이는 학대자의 가족이 전해 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포함해 총 9마리였습니다.
카라는 "폐양어장에 방치됐던 사체들은 카라 활동가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잘 수습했다. 이후 사체는 범죄현장 증거물로 쓰이게 된다"며 향후 고발장 제출 등 법적 절차를 예고했습니다. 단체는 학대자가 올린 SNS 등을 토대로 29살 남성인 정모씨가 고양이들을 학대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정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두 달 전부터 포획 틀로 고양이를 잡기 시작했고 호기심에 학대를 하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엄청 우울했다, 사실은"이라며 "제가 호기심이 좀 컸던 것 같다
또 "(한 마리가 물어서) 화나서 내팽개치고 바닥에 바로 던졌는데 움찔움찔하다가"라며 "죄송하다. 제가 천벌을 받을 짓을 했다. 죄송하다"고 사죄했습니다.
경찰은 정씨를 상대로 고양이 학대 혐의 등을 조사하고 이전 학대 사건들과 유사성을 살펴볼 방침입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