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다가오면서 요즘 거리에서 가로수 가지치기 하는 모습 자주 보실 겁니다.
그런데 봄철 생육을 돕기 위한 가지치기가 가로수에 오히려 독이 된다고 합니다.
마구잡이식 가지치기로 한 해에 말라죽는 가로수가 1만 6천 그루나 된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또 왜 막지 못하는지.
세상돋보기, 윤길환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기자 】
봄을 맞아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이 한창입니다.
▶ 스탠딩 : 윤길환 / 기자
- "나무가 너무 많이 자라면 교통 신호등이나 간판 등 시설물을 가리고 보기에도 좋지 않아, 보통 겨우내 멈췄던 생장이 다시 시작하는 2~3월에 가지치기가 펼쳐집니다."
수도권의 한 도심, 가지가 모두 싹둑 잘린 플라타너스 나무 수십 그루가 줄지어 있습니다.
시민들은 이런 앙상한 모습의 가로수를 닭발 나무, 또는 전봇대 나무라고 부릅니다.
▶ 인터뷰 : 이장진 / 경기 성남시
- "조금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닭발같이 생겨서…."
지자체의 의뢰를 받은 조경업체가 가지치기를 하는데, 단계적으로 여러 번 나눠서 할 것도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한 번에 싹둑 잘라버리는 겁니다.
나무 유형에 따른 고려도 없이 단지 관리하기 쉽게 마구잡이로 뱁니다.
무리한 가지치기는 나무의 생장을 위협하는데, 이런 과도한 작업으로 말라죽는 가로수가 해마다 1만 6천 그루나 됩니다.
▶ 인터뷰 : 조정선 / 경기 성남시
- "나무도 생명이니까, 안타깝죠. 그런 (가지치기로 죽는) 일이 있으면…."
이런 지나친 가지치기가 이뤄지는 건 마땅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산림청의 가로수 조성관리 매뉴얼이 있긴 하지만, 가지치기 방법만 나올 뿐 과도한 가지치기에 대한 규제는 없습니다.
▶ 인터뷰(☎) : 산림청 관계자
- "주체가 지자체인 상황인 거죠. 산림청에서 할 수 있는 게, 예산도 국비지원이 안 되거든요. (지자체에) 돈을 주면서 못 하면 뭐라 해도 되는 실행력이 있으면 좋은데…."
칙칙한 회색 도시에 자연미를 더하는 동시에 열섬현상을 막고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가로수는 전국에 850만 그루 정도 됩니다.
도시인들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가로수들이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는 봄이 되면 오히려 사람들의 편의와 욕심 때문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세상돋보기였습니다.
영상취재 : 윤두메 VJ
영상편집 : 김미현
#MBN #가로수가지치기 #무리한가지치기로몸살 #닭발나무 #윤길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