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교육비 23조로 '역대급'…"코로나 장기화로 양극화 심화"

코로나 여파로 사교육비 1년 새 21%↑
학습 결손 우려로 사교육 참여율 급증

↑ 2021학년도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 총액과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007년 관련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학습 결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교육계에서는 양극화와 교육 격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2021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초·중·고 학생들의 사교육비 실태를 파악해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 공교육 내실화에 활용할 방침으로 2007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입니다.

사교육비 1년 새 21% 늘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3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20년 19조4000억 원보다 21.0% 늘어난 것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0년 8월 방역 강화 지침 등에 따라 학원이 문을 닫는 등 사교육 참여에 제한이 있었다"며 "이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36만7000원으로 역대 최고였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32만1000원보다 14.2% 증가했습니다. 사교육 참여율은 75.5%로 코로나19 2019년 74.8%보다 0.7%포인트 높았습니다. 2020년에는 67.1%였습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청소년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대면 활동이 확대되면서 사교육 참여와 지출이 다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을 기준으로 계산한 1인당 월평균 지출액은 △초등학교 40만 원 △중학교 53만5000원 △고등학교 64만9000원에 달합니다. 이들의 평균값은 48만5000원입니다. 2019년 42만9000원, 2020년 45만 원보다 많은 수준입니다. 과목별 사교육비는 월평균 22만5000원을 기록한 영어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수학(20만7000원), 국어(12만2000원), 사회·과학(11만6000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 사교육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액 / 사진 = 교육부·통계청

뚜렷해진 사교육비 양극화

소득 수준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양극화도 뚜렷해졌습니다.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월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에서 59만3000원, 200만 원 미만 가구에서 11만6000원을 기록했습니다. 월평균 20만∼30만 원을 지출하는 학생의 비중은 10.3%로 1년 사이 1.0%포인트 증가에 그쳤지만, 매달 70만 원 이상을 사교육에 쓰는 학생의 비율은 전체의 15.8%로 1년 전보다 3.0%포인트 늘었습니다.

특히 자율형사립고(자사고)나 과학고·영재고, 외국어고·국제고 진학을 희망하는 초·중학생의 사교육 참여율과 지출액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교육 빈부격차 우려가 수치로 증명됐다"며 "학교가 문을 닫고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면서 학교 공백을 사교육으로 보완하려는 이들이 늘었지만, 이마저도 극명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고 진단했습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정부의 교육 정책 실패에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사교육 수요가 늘었다고 지적합니다. 정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인 대입 정시모집 확대로 방향을 트는 등 입시 경쟁 기조를 유지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학습 결손으로 발생하자 사교육으로 관심이 쏠렸다는 것입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사교육비 증가는 대입 혼란과 2017학년도부터 유지되는 불수능 기조가 주요 원인"이라며 "고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 내에서 수능이 출제될 수 있도록 공교육 정상화 촉진과 선행교육 규제법에 국가가 주관하는 대입시험을 명시해서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한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hannau7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