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돼주고 싶어요"…장애 남매 키우며 모은 97만원 산불 이재민들에게

↑ 사진 = 연합뉴스

한 50대 여성이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남매를 키우며 어려운 살림에 한 푼 두 푼 모은 후원금을 기부한 산불 이재민들에게 기부해 화제입니다.

오늘(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전에 거주하는 김태자(53)씨는 지난 2013년부터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에서 자녀들 정진서(20)·진우(19)씨의 아동 지원 후원금을 받아왔습니다.

그는 "적은 금액이지만 산불로 피해를 본 아동 가정에 힘이 돼주고 싶다며"며 9년간 모아온 97만6845원을 다시 월드비전을 통해 기부했습니다.

그는 "한 달 후원금으로 10만원을 받는다고 하면 다 쓰지 않고 1만원은 모아두자 해서 그렇게 통장에 (돈을) 계속 놔뒀다"며 "후원받을 때부터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쌓이고 쌓이다 보니 97만원까지 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너무 아쉽고 급해서 모아온 돈을 빼서 쓸까 봐 마음을 졸이면서 안 쓰게 해달라고 기도도 하고 그랬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씨는 세 식구끼리 넉넉지 못한 살림을 이어왔습니다. 그는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새벽엔 신문배달을, 낮엔 부업을 했습니다. 고정적인 직업을 갖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녀들이 낮에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김씨는 시간이 지나 다리에 통증이 느껴지는 등 몸이 성치 않아졌지만, 요즘에도 택배 배달이나 식당일 등 아르바이트는 계속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장녀 정씨는 지난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주간활동센터에 다니고 있습니다. 김씨는 "딸이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후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후원 종료 시점에 맞춰 기부하게 됐다"며 "특수학교에서 고3인 아들의 통장에 들어오는 후원금을 모아둔 돈도 내년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머니의 기부 소식을 들은 자녀들의 반응을 묻자 "자폐증 때문에 아이들과 소통을 할 수 없다"며 "아이들의 생각이 곧 나의 생각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