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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인근 삼각지역 주변 아파트 단지 전경 [한재혁 인턴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방안을 놓고 찬반 여론이 갈리고 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존 청와대를 비울 것인지, 그렇다면 어디에 집무실을 마련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일부 반대 여론을 잠재울 '묘수'를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윤 당선인 측은 일단 공약 이행에 방점을 찍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8일 집무실 이전 취지에 대해 "한국 역사에서 절대권력의 상징이었던 청와대에서 나오겠다는 것"이라며 "그 권력을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무실 이전 후보지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과 용산 국방부 청사로 압축된 가운데 인수위 안팎에서는 용산이 더 유력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주변에 고층 빌딩이 없고 경호와 보안 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윤 당선인과 오찬을 함께 한 박주선 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전문가들이 용산이 더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 같다"며 "당선인께서 용산 쪽으로 청와대를 이전하게 된다면, 여러 문제점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는 걸 들었다"고 전했다.
청와대개혁 TF 팀장인 윤한홍 의원도 국방부 사무실을 합동참모본부 건물로 옮기면, 인테리어와 설비 점검 등을 거쳐 5월 대통령 취임 전에 충분히 이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도 폐쇄적인 구조여서 국민과 소통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고, 한남동 공관에 대통령 관저를 둘 경우 출퇴근 시간대에 시민 불편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집무실 이전비용으로 수백에서 수천 억 원의 예산이 들거라는 지적도 있다.
어제 낮에는 국방부 청사가 집무실로 가장 유력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용산 주민들이 이곳 인수위 사무실을 찾아 청와대 집무실 용산 이전에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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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집무실 이전지 중 하나로 유력하게 거론 중인 국방부 모습 [한재혁 인턴기자] |
삼각지역을 통해 출퇴근 한다는 한 20대 직장인은 "현재는 출퇴근이 정기적이지 않아서 큰 문제 없지만, 재택 근무 끝나고 대통령 집무실까지 이전하면 교통이 혼잡해질까봐 걱정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삼청동처럼 검문소 설치라도 한다면 교통이 꽉 막힐까봐 주민들이 불안해한다. 안그래도 이 일대 도로는 상습 정체 구간인데 대통령 집무실로 통제까지 하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서라고 말한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이유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한 40대 남성은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청사 이전 반대의사를 밝힌 뒤 "국민들과 소통한다고 나온다는데, 소통은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소통하겠다면서 청와대를 나와 국방부로 들어가는 것도 이상하게 보인다. 소통은 대화하고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이유라면 백악관 처럼 담을 헐어 국민과의 접근성을 높이는 게 더 낫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와 인접한 재개발 구역의 반발은 더 심했다. 대통령 경호를 위해 고도제한 등의 규제가 설정되면 사업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보였다. 국방부 바로 옆의 재개발지구인 한강로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집무실 이전시 고도제한 등으로 행여 용적률이 낮아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조합원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구역은 재개발 후 최고층 높이가 119m인 지하 5층~지상 38층, 5개동의 아파트 497가구와 오피스텔 388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인근의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강로구역은 오래전 부터 재개발을 추진하던 곳인데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면 윤 당선인의 공약인 재건축 규제 완화 수혜는 이곳에서 누릴 수 없을 것"이라며 "집권 기간인 5년 동안은 이곳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용산공원의 빠른 조성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는 주민들도 일부 있었다. 특히 국방부와 떨어져 있는 용산구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집무실 이전에 대해 찬성하는 모습이 많았다. 용산구 이촌동 D공인중개사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 이후 매수전화가 많이 걸려 온다"면서 "국방부와는 거리가 있어서 교통이나 생활반경이 겹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용산 불가론'이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광화문 집무실을 공약한 만큼 경호·보안 문제가 있더라도 약속을 액면 그대로 지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해야 한다는 요구다. 일반 국민이 접근하기 어려운 국방부 청사 역시 기존 청와대와 같은 단점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청와대 이전이 시급한 민생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청와대를 옮기겠다는 명분 자체가 분명치 않고 설득력도 별로 없다. 왜 그런 데다 정력을 낭비하는지 모르겠다"며 "집 옮기는 문제보다 코로나19 사태로 황폐해진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삶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가 첫 번째 과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방안 등이 거론되면서 치안을 총괄하는 경찰 역시 현장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경비와 집회시위, 교통 관리를 포괄해 담당한다. 집무실과 관저 분리시 출퇴근 경호 및 교통체증, 주변의 집회·시위 요구에 어떻게 대처할 지가 문제의 핵심인데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것처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 집무실을, 육군참모총장 공관 등이 있는 한남동 공관촌에 관저를 마련한다면 약 3.2㎞ 구간을 이동하는 동안 경호 및 교통 관리가 필요하다.
이 구간은 평소에도 출퇴근 시간대 교통 체증이 있는 곳인데, 대통령이 이동하는 동안 여러 대의 차량이 붙고 신호기 조절을 하면 시민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 또 연결 도로망이 단순하고 이동하는 주변에 고층 건물이 많아 경호를 위해 최대한 다양한 경로를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다.
경찰은 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건의도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 이전과 함께 대규모 집회·시위도 자연스레 광화문광장에서 국방부 청사가 있는 삼각지 주변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집회·시위 금지 구역은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등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로 돼 있다. 지금까지는 청와대 전체를 대통령 관저로 보고 있기 때문에 금지 구역에 별도로 '대통령 집무실'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집무실이 관저와 분리될 경우 별도로 금지 구역을 설정할 필요성이 있다.
다만 국방부 청사가 군 보안시설인 만큼 경찰 경비·경호 인력은 축소될 가능도 있다. 청와대 면적이 약 40㎢로 넓어 경비·경호 인력이 많이 들어갔는데 국방부는 그보다 면적이 작기 때문에 인력이 줄어들 수 있다.
한편, 윤 당선인은 새 집무실 마련이 민생과 동떨어진 문제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듯 이날 인수위 현판식 직후 전체 회의에서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신속한 손실 보상과 방역·의료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뤄달라"고 당부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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