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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외경 |
노동자가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일정 기간 시용 형태의 수습사원으로 일한 뒤 채용됐다면 이 시용기간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계속근로기간'에 넣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낸 임금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1999년 12월 1일 직장에 입사해 2018년 3월 31일 퇴직했습니다.
그는 입사 첫 달에 수습사원으로 사무 보조 등 업무를 수행했고,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2000년 1월 임시직으로 채용됐다가 이듬해 8월 정규직으로 임용됐습니다.
퇴직 시점에 문제가 된 것은 회사의 보수 규정이었습니다. 이 규정은 1999년 12월 31일 이전 입사자에게는 '퇴직금 누진제'를, 이후의 입사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퇴직금 단수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씨가 퇴직하자 회사는 그가 2000년 1월 입사한 것으로 간주하고 단수제를 적용한 퇴직금을 지급했습니다.
이에 A씨는 1999년 12월 입사가 맞으니 퇴직금 복수제로 계산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습니다.
쟁점은 '수습사원 1개월' 근무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였는데, 하급심 재판부가 "수습사원 채용시험 합격과 1개월 간의 근무는 '채용의 확정'이라기 보다는 임시직 근로자 채용 절차의 과정으로서 일종의 '실무전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수습기간의 근무와 임시직 근로자로서의 근무 사이에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가 수습사원으로 근무한 기간은 단순히 실무전형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시용기간"이라며 "수습기간 만료 후에도 계속 근로자로서 근무한 이상 수습사원 근무기간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된다"고 판시했습니다.
199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근속기간 중 근로 제공 형태가 임시고용원에서 정규사원으로 바뀌더라도 전체 기간을 계속근로기간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번 판단은 이 법리가 '시용기간 이후 본 근로계약 체결'의 상황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라고 대법원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은 그간 시용계약이 그 자체로 근로계약임을 전제로 한 판결을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2015년에는 시용기간이 만료된 뒤 사용자가 본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려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실질적인 거부 사유를 서면 통지해야 한다고 했고, 지난해에는 시용 근로관계에 있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등으로 휴업하고 있는 경우 사용자가 해고하거나 본 계약 체결을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을 못 박았습니다.
[ 서영수 기자 | engmat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