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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대표 주상복합 아파트 입구에 현수막 두 개가 나란히 걸려 있다. |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주상복합 아파트이자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 '부'의 상징이었던 곳이 요즘 시끄럽습니다. 아파트 입구에는 주민 돈을 횡령한 입주자대표회장을 구속하라는 현수막이 붙었고, 그 바로 아래에는 '주민 뜻을 받들겠다'는 입주자대표회장 A씨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렸습니다. 이 아파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입주자대표회장 A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0년 동안 이 아파트 위탁 관리를 맡아온 B업체와의 수의계약을 연장할 것인지를 두고 입주민 투표가 진행됐습니다. 그 결과 입주민 12.2%가 반대했고,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라 수의계약은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이후 A씨를 포함해 새롭게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가 지난해 12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서 관리 업체를 선정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회의를 열었습니다. A씨는 "당시 회의에 6명의 대표가 참석했는데 4명의 대표가 경쟁입찰에 찬성했고 2명의 대표가 반대하면서 경쟁입찰을 통한 새로운 업체 선정 안건이 의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입대의 의결에 따라 A씨는 관리업체 입찰을 진행했고, 3차 입찰공고에 C업체 외 2개 업체가 참여해 평가 결과 C사가 낙찰됐습니다. 이에 따라 A씨는 지난달 23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경쟁입찰에 반대하는 입주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12월 입대의 회의가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맞서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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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주자대표회장이 주민투표에 의해 해임됐다는 공고문.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 직인이 생략돼 있다. |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측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A씨가 C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기 전인 지난 2월 10일 주민투표에 의해 해임됐기 때문에 C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자격이 없다는 겁니다. 아파트 비대위 관계자는 "50%가 넘는 주민이 투표에 참여했고 투표 인원 중 87%가 찬성해 A씨는 해임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임된 회장이 새로운 업체와 계약을 했으니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입니다.
비대위는 또 12월에 있었던 입대의 회의 역시 의결 정족수 미달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비대위에 따르면 현재 10기 입대의는 6명의 동대표로 구성돼 있는데, 당시 회의에서 4명의 대표는 찬성, 1명은 반대, 감사 직책에 있는 또 다른 대표 1명은 회의에서 사퇴를 했습니다. 1명의 감사가 사퇴했기 때문에 아파트 관리 규약에 따라 회의에 참석한 5명이 전원 찬성해야 의결 정족수가 성립하지만 1명의 대표가 반대해 안건이 의결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비대위 측은 또 A씨가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소장 등 복수의 인감으로 돼 있는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 통장을 입주자대표회장 단독 인감으로 변경했다면서 11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A씨는 다른 근거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습니다. 우선 회장 해임 투표는 B업체와 비대위가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진행한 투표라는 겁니다. A씨는 "B업체는 내가 110억을 횡령했다고 거짓 방송을 하거나 공문을 붙여 입주민 여론을 부정적으로 조성했다"면서 "B업체와 이에 동조한 비대위 측이 선관위 승인도 받지 않고 해임 투표를 진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A씨에 대한 해임요청안은 '구비서류 미비로 접수 불가'로 의결한 것"이라며 "해임 투표는 선관위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12월 입대의 회의가 의결정족수 부족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퇴했다고 주장하는 대표 1명은 의결에 참여한 후 동대표 4명의 찬성으로 공개경쟁입찰이 결정되자 갑자기 사퇴의사를 밝히며 회의록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사퇴한 대표가 회의에 참석해 공개경쟁입찰 반대 의견을 표했으므로 4명 찬성, 2명 반대로 의결이 성립한다는 주장입니다.
A씨는 “B업체가 일부 주민을 선동하고 관리비 등 지출을 부당하게 할 것을 염려해 복수 인감으로 돼 있는 아파트 통장을 입주자대표회장 단독 인감으로 변경했는데, 이것을 빌미로 횡령 혐의를 씌워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그동안 반대 측 입주민들이 계속해서 집을 찾아와 문을 두드리고 자신을 쫓아다니면서 협박을 해 최근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신변 보호조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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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C사 관계자들이 B업체 관계자들과 비대위 측에 가로 막혀 관리사무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
이번 갈등과 관련해 비대위는 A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A씨는 B업체와 비대위 측을 상대로 무고·명예훼손·재물손괴·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또 A씨와 계약을 체결한 C사는 B업체가 인수인계를 해주지 않는 것은 물론, 사무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
[김종민 기자 / saysay3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