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보신 것처럼) 경북 울진에서 시작해 강원 삼척으로 번진 대형 산불이 열흘 만에 꺼졌습니다.
역대 최장 기간, 최대 피해를 일으킨 이번 산불을 진화하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또 앞으로의 피해 대책에 대해, 전국부 정주영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울진·삼척 산불이 213시간 만에 잡혔어요. 역대 가장 긴 진화 기간이었는데요,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요?
【 기자 】
가장 큰 원인은 날씨입니다.
올해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찾아왔죠.
산속의 바싹 마른 낙엽이 불씨를 만나 사실상 장작 역할을 했습니다.
산림청은 산불 발생 초기 건조한 날씨와 거센 바람을 산불 확산의 이유로 들었는데요.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불은 순간 초속 25m의 강풍을 타고 강원도 경계까지 넘어갔습니다.
동해안을 상징하는 빽빽한 소나무도 원인으로 지목되는데요.
침엽수인 소나무는 활엽수인 참나무보다 불에 잘 타고, 특히 소나무 속 송진에는 기름기가 있어 불을 끄기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여러 악조건이 겹치면서 역대 최장기 산불 기록을 세우게 됐습니다.
【 질문 2 】
진화 헬기가 산불을 끄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데, 이번엔 고전했어요?
【 기자 】
산불 진화의 핵심 전력은 헬기죠.
하지만, 산불 면적이 여의도의 70배를 넘을 정도로 워낙 넓어 헬기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왜 헬기가 안 오느냐"는 아우성도 있었는데요.
한마디로 헬기가 안 가는 게 아니라 동시에 갈 곳이 너무 많았던 겁니다.
헬기는 시야가 확보돼야 뜰 수 있죠.
그런데 짙은 연무와 산불의 연기가 가득 차 헬기를 원활하게 투입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원전이 있는 울진의 특성상 송전탑과 송전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헬기 비행이 위험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 질문 3 】
화재 원인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 기자 】
먼저 준비한 화면 보실까요.
지난 4일 오전,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촬영된 CCTV 화면인데요.
왕복 2차선 도로와 맞닿은 야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시뻘건 불길로 번집니다.
여기엔 사람이 다니는 보행로가 없거든요.
이 때문에 차에서 던진 담뱃불에 따른 실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산림 당국은 일대를 지나간 차량 4대의 소유주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발화 요인은 오리무중인데요, 울진군은 16일 수요일 현장에서 관계기관 추가 합동감식을 벌일 방침입니다.
실수로 산불을 냈더라도 처벌을 받습니다.
산림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요, 지자체가 구상권을 청구하면 금전 보상도 해야 합니다.
【 질문 4 】
산불이 났다 하면 대형 산불로 번지는 것 같은데, 풀어야 할 숙제는 뭘까요?
【 기자 】
말씀드렸듯 산불 진화에 가장 효과적인 건 헬기입니다.
현재 산림청 산림항공본부가 보유한 헬기는 47대인데요.
담수량이 8천 리터인 초대형 헬기는 6대에 불과하고, 야간 진화 작업을 할 수 있는 헬기는 1대뿐입니다.
특히 노후화에 따른 정비 문제로 동시 가동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아 헬기 확충이 시급합니다.
산불 진화 인력도 부족합니다.
산이 많은 울진 지역에서 산림청 소속 인력은 70명에 불과한데요.
이번엔 특전사나 해병대 등 추가 인력을 긴급 투입했지만, 땜질식 처방으로는 부족한 만큼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오늘(13일) 비가 내리면서 주불이 잡혔죠.
하늘을 쳐다보며 비를 기다리기보다는 울진·삼척 산불이 장비와 인력 모두 확충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 질문 5 】
올해 대형 산불이 이게 끝이 아닐 것이란 우려도 있다면서요.
【 기자 】
산림청이 정한 대형 산불 특별대책기간은 지난 5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입니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만큼 아직 끝이 아니라는 얘기인데요.
산림청장의 당부를 잠시 들어 보겠습니다.
▶ 인터뷰 : 최병암 / 산림청장
- "앞으로도 언제든지 이번 울진·삼척 산불과 같은 대형 산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소중한 숲이 사라지지 않도록 산불 예방과 감시, 신고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산불을 예방하려면 통제 지역 산행을 피하고, 산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고,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 논밭이나 쓰레기를 태우면 안 됩니다.
【 앵커멘트 】
온 국민이 걱정했던 울진·삼척 산불이 꺼지긴 했지만, 언제든 비슷한 산불이 또 발생할 수 있으니 모두가 조심 또 조심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전국부 정주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