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이상한데로 가" 달리는 택시서 뛰어내린 여대생 사망

친동생이 청와대 청원글 올려 "누나의 죽음 진실 밝혀달라" 호소
수차례 멈춰달라 했음에도 멈추지 않아
경찰, 블랙박스 영상 분석 도로교통공단에 의뢰

↑ 경북 포항에서 지난 4일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린 여대생 A(20)씨가 뒤따라오던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유족이 공개한 사고 전 A씨가 남자친구와 나눈 대화.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지난 4일 포항에서 달리던 택시에서 뛰어내려 숨진 여대생 사건과 관련해 그의 친동생이 누나의 억울한 죽음을 바로잡고 싶다며 사건이 벌어지게 된 배경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무살 우리 누나가 왜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야만 했는지, 누나의 죽음을 바로잡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여대생의 친동생이라 밝힌 청원인 A씨는 "누나의 사망과 관련된 기사가 인과관계를 생략하고 보도되고 있다"며 "누나가 왜 그런 무서운 선택을 했는지 사람들이 함부로 상상하고 있어 하나뿐인 동생으로 죽음 만큼 고통스럽고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여대생 B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쯤 포항 KTX역에서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택시를 타고 대학 기숙사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택시가 목적지와 다른 낯선 곳으로 향했고 B씨는 택시기사에게 멈춰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택시기사는 아무런 반응 없이 그대로 차를 몰았습니다.

택시기사가 미동도 없자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 B씨는 남자친구에게 "이상한데로 가 택시가. 나 무서워. 엄청 빨리 달려. 말 건 데(말 거는데) 무시해" 등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 A씨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멈추지 않는 택시에 B씨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도 걸었습니다. 남자친구는 전화기로 "아저씨 세워주세요"라고 수차례 요청하는 B씨의 목소리를 들었으나 택시기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남자친구는 이어 "전화를 기사에게 바꿔달라"고 B씨에게 요구했지만, 몇 초 뒤 '쿵'하는 소리가 들린 뒤 연락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씨는 "어둡고 낯선 길에 빠르게 달리는 택시 안에서 누나는 극도의 공포감과 생명의 위협을 느껴 차에서 뛰어내리는 선택을 했고 의식이 있는 상태로 뒤따라오는 차량과 충돌해 사망했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인과관계가 생략되어 우리 누나가 왜 그런 무서운 선택을 했는지 사람들은 함부로 상상하고 이야기한다"며 "사고가 누나의 잘못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누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청원글을 작성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고가 나기 10분 전까지만 해도 누나는 남자친구와 함께 가족, 친구들의 선물을 어떻게 나눠줄지 행복한 고민을 했지만 믿기 힘든 사고로 내가 누나의 선물을 전달해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A씨는 "스무살 우리 누나가 왜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야만 했는지 밝고 건강한 우리 누나의 죽음을 바로잡고 싶다"고 촉구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택시기사는 "A씨가 목적지와 다른 곳으로 향한다며 차에서 내려도 되느냐고 물은 뒤 운행중이던 택시에서 내리다 변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택시기사와 B씨, B씨 남자친구 간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빚어져 발생했는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 분석을 도로교통공단에 의뢰한 상태입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