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민주주의의 선구자라는 영국에서조차 불과 110년 전인 20세기 초, 여성은 참정권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는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고, 균형 감각이 없는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면, 사회 근간이 흔들린다는 지금으로는 말도 안 되는 억지 편견에 맞서 1912년 목숨을 걸고 참정권 투쟁에 나선 여성들의 투쟁기를 잘 보여줍니다.
미국 독립운동을 이끈 토머스 제퍼슨이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했듯이, 이렇듯 인간은 한 장의 투표용지를 만인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힘겨운 투쟁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제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투표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논란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난리죠.
역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선거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지만, 저소득층이나 저연령층, 저학력자, 그리고 여성들의 투표 참여는 상대적으로 저조합니다.
대통령 후보자가 맘에 들지 않아서, 누가 당선되어도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아서, 코로나19로 나라가 어수선해서 등등, 사실 투표를 하지 않을 구실은 얼마든지 있는데 여기다가 선거 불신까지라니요.
부정 선거 논란이 많았지만, 국민들은 그래도 선관위를 믿고, 또 코로나19로 쓰러질 지경인데도, 그래도 투표장으로 나갔는데, 이 투표의 열기를 꺾어버리다니요.
민주주의에서 내 표 한 장의 수중함을 알기에 내 표가 제대로 투표함으로 들어가는지까지 확인을 하려는 국민들의 높은 수준과 비교하면,
선관위의 어설픈 준비와 대응은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천하흥망 필부유책. 명나라 말기의 사상가 고염무는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덴 평범한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했는데, 그런데 우린 평범한 사람의 열기에 선관위가 찬물을 뿌려버린 셈이 됐죠. 이건 '인재'도 아닌 '관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젠 투표합시다라는 독려에 앞서, 선관위한테도 국민의식을 좀 따라오라고 말하게 생겼으니, 국민만 답답할 밖에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투표는 미래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