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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울산 경남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추진 중인 부울경 노동역사관 건립에 반대하는 금곡마을 주민들이 3개월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 서대현 기자] |
지난해 12월 중순 부산, 울산, 경남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전인교육원 부지에 노동역사관 설립을 추진하면서부터 100가구가 사는 한적한 농촌 마을에는 거친 문구의 플래카드가 내걸리기 시작했다. 당시 마을 주민들은 노동역사관 건립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역사관 부지 입구를 돌과 흙으로 막은 뒤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이후 마을 주민들은 매일 3명씩 조를 짜서 3개월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마을과 농성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민주노총 역사관이 들어오면 동네가 시끄러워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생업이 있지만 마을을 지키기 위해 민주노총이 역사관 건립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울산, 경남 노동계 숙원 사업인 노동역사관 건립을 두고 마을 주민과 노동계가 3개월째 갈등하고 있다. 노동역사관 건립을 완강히 반대하는 마을 주민, 재산권 행사를 못하는 건립 부지 소유주, 역사관 건립이 지연된 노동계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역사관은 부울경열사회, 민주노총 부산·울산·경남본부, 현대차 노조, 시민·사회단체 등 100여개 단체가 추진 중인 사업이다. 현대차 노조 기금 23억원 등 총 29억원을 들여 오는 5월 전시관, 수련원, 야외수영장 등을 건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5월 건립 계획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전인교육원 부지에는 과거 청소년 관련 시설이 운영됐는데 당시 소음 문제로 주민들과 시설 관계자들이 자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노동계 시설이 들어서면 집회 등으로 마을이 다시 시끄러진다고 우려했다.
주민 반대로 노동역사관 공사가 불가능해져 부동산 권리 행사를 못하게 된 전인교육원 소유주는 주민 대표 등을 상대로 통행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했고,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주민과 노동계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번진 것이다.
노동역사관 추진위는 마을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에 난감한 상황이다. 추진위는 노동역사관을 건립하는데 법적인 결격 사유가 없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주민과 충돌은 피한다는 방침이다. 또 소음 등 마을 주민들이 우려하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확약서도 작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주민 설득에는 역부족이다.
추진위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노동역사관을 건립을 추진하는 100여개 단체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민주노총 역사관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추모관 건립도 사실이 아니다. 가치관 차이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 돌파구가 없어 무척 답답하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당초 영남권 노동 운동가 묘가 있는 솥발산 공원묘지 인근에 추모관을 건립할 계획이었으나 주민 반발로 철회했다. 이후 건물 용도를 추모관에서 역사관으로 바꾸고, 금곡마을을 건립 예정지로 결정했으나 또 다시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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