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가 결혼 뒤 단기간에 가출했다는 이유만으로 혼인 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한국인 남성 A씨가 베트남 국적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혼인 무효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B씨는 지난 2017년 11월 입국해 남편과 생활하다가 한 달 만인 같은 해 12월 가출했다. B씨는 법정에서 남편 A씨가 '결혼하면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어려움을 주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해 결혼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결혼 후 B씨는 남편의 부모, 형과 함께 살면서 집안일을 도맡아 한 데다, 생활비 부족, 남편의 간섭 등이 겹쳐 갈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가출했고, 남편 A씨는 부인이 가출하자 법원에 혼인 무효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동거 후 한 달 만에 B씨가 집을 떠났다는 등 사정을 고려해 A씨의 손을 들어주고 혼인이 무효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같은 사정만으로 두 사람의 혼인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B씨가 진정한 혼인 의사를 갖고 결혼해 입국했더라도 상호 애정과 신뢰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언어의 장벽이나 문화적 부적응, 결혼을 결심할 당시 기대한 한국 생활과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감 등으로 단기간에 혼인관계 지속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외국인 상대방이 혼인 후 단기간에 가출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쉽게 혼인 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혼인의사 개념이 추상적·내면적이라는 사정에 기대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거나 혼인관계 종료를 의도하는 언행을 하는 등 사정만으로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추단해 혼인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며 혼인 무효는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민법은 혼인 이전 단계의 흠결로 인해 혼인이 유효하게 성립하지 않은 '혼인 무효'와 혼인 후 발생한 사유로 혼인이 해소되는 '이혼'을 구분한다. 가족관계증명서에 혼인 내역이 남는 이혼과 달리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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