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 출처 = 픽사베이] |
그러나 정작 결혼 후 A씨는 남편의 부모, 형과 함께 살면서 집안일을 도맡아야했다. 급기야 남편의 생활 간섭과 생활비 부족에 시달리자 집을 나왔다. 남편 B씨는 아내가 가출하자 법원에 혼인 무효 소송을 냈다. 이 결혼은 무효가 될 수 있을까.
대법원은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가 혼인 후 단기간에 가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혼인 무효'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한국 국적의 B씨(남편)가 베트남 국적 A씨(부인)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혼인 무효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1심과 2심은 동거 후 1개월 만에 아내 A씨가 집을 떠났다는 등 사정을 따져 남편 B씨의 손을 들어주고 혼인이 무효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두 사람의 혼인 합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 동안 혼인 무효 판결은 결혼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엄격한 기준에서 인정돼 왔다. 혼인 무효 판결은 혼인관계등록부에 혼인 경력을 없어지게 하므로 배우자에 대한 상속 문제도 원래부터 없던 것으로 된다는 점에서 이혼과는 차이가 크다.
대법원은 A씨가 진정한 혼인 의사를 갖고 결혼해 입국했더라도 상호 애정과 신뢰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어의 장벽이나 문화적 부적응, 결혼을 결심할 당시 기대한 한국 생활과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감 등으로 단기간에 혼인관계 지속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은 외국인 상대방이 혼인 후 단기간에 가출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쉽게 혼인 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판단 법리를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그 동안 한국인이 외국인 배우자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 소송은 상대적으로 무효 사유를 넓게 인정해 법조계와 학계에서 비판이 제기돼 왔다.
대법원은 앞서 "혼인의사 개념이 추상적·내면적이라는 사정에 기대어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거나 혼인관계 종료를 의도하는 언행을 하는 등 사정만으로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추단해 혼인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아울러 통상 외국인 배우자는 본국 법령에 따라 혼인 성립 절차를 마친 뒤 한국에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 동거 목적의 비자를 받아 입국한다는 점, 언어 장벽과 문화·관습 차이로 혼인 생활의 양상이 다를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살펴 외국인 배우자의 혼인의사를 판단해야
이번 사건의 남편 B씨는 혼인 무효 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이혼 소송도 함께 내놓은 상태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는 예비적 청구인 이혼 사건의 책임 소재와 이혼의 타당성 여부가 주로 다퉈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