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는 국제무대에서 그 나라의 품격과 위상을 좌지우지합니다.
'민족의 운명은 외교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처럼 국가지도자가 외교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미래가 달라지기도 하죠.
정부가 지난 28일 러시아 제재안 발표 후 그제 러시아 주요 은행들과의 거래를 중지하고, 러시아 국고채 거래도 막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우리가 시간을 끌고 있는 사이, 미국은 러시아 수출통제조치를 발표하며 '제외되는 파트너 국가 32개국'을 발표했는데, 한국은 여기서 빠졌거든요. 앞으로 국내기업은 러시아에 수출할 때 일일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된 겁니다.
조급한 경제단체들이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서방의 대러 제재 세부사항과 한국의 동참 범위를 알려달라고 하소연까지 했지만, 늦어버린 거죠.
게다가 미국측으로부터 우리는 '한국의 소심하고 미온적인 접근은 부끄럽고 어리석다.'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시기만 잘 맞췄어도 이런 비난도 안 듣고, 우리 기업들도 이렇게 곤란해지진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청와대는 러시아 제재에 머뭇거린 건 사실이 아니라며, 러시아가 무력 침공을 한 즉시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후 추가 내용도 발표했으니 늑장 대응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또 오늘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역외 통제 대상에서 휴대전화, 자동차, 세탁기 등 소비재는 예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면제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한미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제재안을 내놨을 때, '동참'이 아닌 '제재안' 내놨더라면 이럴 일도 없지 않았을까요. 외교력은 명분과 타이밍에서 나옵니다
얼마 전, 정부는 '경제, 국방, 외교. 모든 면에서 톱10이 됐다.'라며 '사실상의 G10 국가'가 됐다고 했었죠.
우크라이나 사태는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강 건너 불이 아닙니다. 무력으로 국제 질서를 교란하고 주변국의 주권을 짓밟는 행위에 맞서는 국제사회의 연대 동참엔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외교는 '타이밍'이 중요한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