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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젊어서 중동으로 파견 나가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아파트를 사 돈을 꽤 모았다. 얼마 전 내가 교통사로고 크게 다쳐 다리가 불편하자 아내가 포악을 부리며 괴롭힌다. 합의금으로 받은 돈도 모두 아내가 틀어쥐고 나에겐 한푼도 주지 않았다. 이혼을 하자고 했더니 재산을 분할해야 하기 때문에 안 해준다고 한다."(70대 남성)
지난해 이혼 상담을 위해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찾은 내담자들의 상담 내용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부부 사이 성격 차이나 경제적 문제에서 비롯된 갈등이 더 심각해지며 이는 고스란히 가정불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가정법률상담소는 분석했다.
2일 가정법률상담소의 '2021년도 상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소가 진행한 이혼 상담은 총 461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이혼 상담 건수는 전년(4239건)보다 8.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여성 내담자는 3475명(75.3%), 남성 내담자는 1141명(24.7%)이었다. 여성은 40대(26.8%)가, 남성은 60대 이상(47.7%)이 가장 많이 이혼을 상담하러 왔다.
가정법률상담소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부부 사이 성격 차이, 경제 문제 더욱 심각해지며 갈등이 폭발하는 모습"이라며 "결혼 초기 문제 상황이 변하지 않아 나이 들어 다시 찾아온다거나 성년 자녀 친권, 양육권, 재산분할, 위자료 등 이혼 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고 복잡해진 양상이다"고 말했다.
이혼 상담을 한 여성의 48.8%가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해 가정 내 폭력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상담소는 진단했다. 이들은 또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답답함과 우울감이 늘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갈등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고 상담소에 호소했다.
가정법률상담소 측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남편이 자신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어 이혼을 결심하게 됐다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혼 상담을 한 남성의 49.8%는 별거나 아내의 일방적인 가출로 인해 부부 관계가 파탄된 지 오래됐고, 법적으로만 혼인관계가 남아 있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가정법률상담소 측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잠재돼 있던 부부 간 갈등이 폭발적으로 표출됐다"며 "그러나 적절한 해결책이 없어 답답함을 견디지 못해 일단 집을 나간 경우가 많아 먼저 선행된 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 많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정경제도 악화하고 있었다.
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 갈등을 이유로 한 상담 비율이 여성(9.6%)과 남성(7.8%) 모두 전년(여성 7.6%·남성 4.2%)보다 늘었다. 이들은 계속된 경기 불황으로 안 그래도 사는 게 팍팍했는데 코로나19까지 겹쳐 심각한 경제 위기 상태에 내몰리게 되었다고 호소했다.
또 2∼3년 사이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치솟으면서 부부간에 투자에 대한 의견이 달라 극심한 갈등을 겪는 이들도 있었다.
배우자 반대로 투자를 못 한 경우, 배우자 몰래 무리한 투자를 해 손해를 본 경우, 실직 후 소유한 부동산을 매도해 자영업을 시작했으나 실패한 경우 등 다양한 사유들로 경제 위기를 겪게 된 가정이 많았다고 상담소 측은 전했다.
60대 이상 남녀의 '황혼이혼' 상담 비율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최근 20년간 60대 이상 이혼 상담 비율을 보면 여성은 2001년 4.5%에 불과했으나 2011년 9.2%, 지난해 25.7%로 급증했다.
남성은 2001년 7.7%, 2011년 15.0%으로 늘었고 다시 지난해 47.7%로 급격히 증가했다. 20년 만에 여성은 5.7배로, 남성은 6.2배로 증가한 셈이다.
노년 여성은 나이가 들어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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